큐리언트는 지난 21일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암연구소(이하 NCI)와 공동연구개발협정(이하 CRAD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큐리언트와 NCI는 소세포폐암(SCLC) 및 진행성 고형암에서 CDK7 저해 항암제인 Q901과 TROP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 병용요법의 임상 1/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Q901과 TROP2-ADC의 용량 증가 실험을 비롯하여 병용요법의 안전성, 효능 및 시너지를 평가하게 된다.
큐리언트는 2016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로부터 Q901을 도입했다. 이후 2022년 9월 글로벌 제약사 MSD와 Q901과 키트루다의 병용요법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CRADA 체결은 2014년부터 진행성 소세포성폐암 치료법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인 NCI의 연구진 아니쉬 토마스 박사의 역할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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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박사는 토포아이소머레이즈 저해제(TOP1i) 불응성 소세포성폐암에서 CDK7 저해제 병용투여가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한 바 있다. 연구진은 해당 가설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미국 암 연구학회(AACR)의 발간 저널에 게재하고 뒤이어 임상시험에 도입할 CDK7 저해제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Q901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큐리언트와 NCI는 지난해 8월 Q901의 안전성, 효능을 검증하기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다양한 검증을 거친 뒤 이번 임상 계약까지 진행하게 됐다.
큐리언트는 NCI의 검증 기간 동안 Q901을 통해 CDK7 저해에 따른 발암 유전자 전사 조절 기전 규명과 Q901을 통한 암 사멸 및 ADC 병용 시너지 연구결과를 지난 4월 미국 암연구학회(AACR)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초 AACR에서 CDK7 저해제가 RNA 중합효소의 전사 개시를 억제한다는 것, 그리고 그 효과가 암세포의 DNA 손상 복구 유전자를 포함한 특정 발암 유전자군에 한정된다는 것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RNA 중합효소의 전사 개시를 억제하는 것이 TOP1i 약물의 불응 기전을 극복하는 데에 우수한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것을 추가로 밝히면서 TOP1i-ADC와의 병용투여를 위한 세부 기전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머크·BMS 블록버스터도 CRADA 거쳐, 지원 후 2~5년 이내 FDA 허가
NCI와 CRADA 체결이 혁신 신약의 등용문으로 해석되는 점도 큐리언트 기업가치 재평가에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BMS의 화학항암제 탁솔, 머크의 면역관문 억제제 키트루다, 노바티스의 만성 골수성 백형별 치료제 글리벡 등이 CRADA를 통해 초기 임상을 지원받았다. 현재도 아스트라제네카, BMS, 제넨텍이 NCI와 CRADA 체결 후 지원받고 있다.
CRADA 초기 임상 지원을 받은 대표적인 약물 11개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원 이후 2~5년 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대표 약물인 키트루다는 2023년 250억 달러(약 31조원) 어치가 판매되는 블록버스터 약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지난해 59억 달러(약 8조원)의 매출을 올린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가 CRADA 지원받았다.
증권업계는 큐리언트가 최근 최대주주 변경과 CRADA 계약 체결로 지난해부터 지적된 바이오 사업 리스크를 모두 해소했다고 보고 있다.
동구바이오제약 (5,700원 0.00%)은 이달 100억원을 큐리언트에 투자했다. 전통 제약사인 동구바이오제약이 신약 개발의 성장성을 보고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했고, 큐리언트는 향후 2년간의 연구비를 확보하는 기회가 됐다. 또 CRADA 계약으로 큐리언트의 주요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력도 다시 인정받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재무 리스크 때문에 임상 단계의 다수 파이프라인에 대한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며 "향후 기술 이전을 위해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