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1위 삼성운용 "점유율 신경 안써…월배당·장기투자 강화한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4.05.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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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릴레이 인터뷰]⑦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

편집자주 자산운용업계가 ETF(상장지수펀드)에 올인하고 있다. 새로운 상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마케팅 물량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인력 쟁탈전에 파격적인 수수료 인하 경쟁도 잇따른다. 치열한 1, 2위 경쟁 가운데 양강 구도를 깨기 위한 중위권 운용사들의 노력도 눈에 띈다. 빠르게 성장하는 ETF 시장을 잡기 위한 운용사들의 전략과 승부수를 살펴본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삼성자산운용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ETF(상장지수펀드)를 도입한 선도 업체이자 현재 ETF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선두 운용사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브랜드인 KODEX는 ETF의 대명사처럼 불리기도 했다.

1위 운용사인만큼 도전도 많이 받는다. ETF 시장이 매년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후발주자들도 각자 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시장점유율 50%대 이상이었던 KODEX는 점차 점유율이 하락해 현재는 40%를 하회한다.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위기론에 대해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을 보더라도 현재 1위 ETF 운용사인 블랙록의 점유율은 2020년말 36.6%에서 현재 31% 수준으로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며 "시장점유율에 신경쓰기 보다는 선도 운용사로서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전략을 구상하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질적 성장이란 투자자들이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최근에 나오는 상품들을 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래 투자할 수 있는 상품보다는 단기적인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이나 트렌드만을 쫓는 상품들이 많다"며 "이런 상품들은 장기 성장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지금 당장 인기있는 상품보다는 중장기적인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상품들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은 연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매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적립금 규모가 3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대부분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묶여 있어 수익률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김 본부장은 올해 사업목표로 △ETF 연금 시장 선도 △연금 시장 선도를 위한 인컴형 상품 제공 △투자자 장기 수익률 제고 3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 연금 시장에서 ETF 투자 규모는 15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들어서만 3조원 이상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ETF는 장기 적립식 투자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상품인 만큼 연금 ETF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주식형 ETF의 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인 0.0099%로 인하한 것 역시 연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방안이다. 김 본부장은 "미국 S&P500과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ETF는 개인투자자들이 장기 적립식 투자 목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상품"이라며 "이번 보수 인하를 계기로 건전한 장기 투자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앞으로 선보일 신상품도 단기 테마보다는 장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 위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꾸준한 현금흐름이 필요한 은퇴자들을 위해 인컴형(배당·이자)이나 월배당 상품을 강화하고 장기 성장성 상품으로는 투자 매력도를 갖춘 해외 주식형 ETF를 상장할 예정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총 7개 ETF를 상장했는데 이 중 5개가 인컴형이었고 인컴형 중 3개는 월배당형이었다. 장기 성장 상품으로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글로벌 비만치료제 ETF인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 (12,415원 ▼40 -0.32%)'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인도의 성장성이 유망할 것으로 보고 국내 최초 인도 테마형 ETF인 'KODEX 인도타타그룹 (11,020원 ▲220 +2.04%)'을 상장했다.

김 본부장은 "삼성자산운용의 차별화 전략은 '리드 앤 두 베러'(Lead & Do Better)"라며 "매크로와 산업 트렌드를 선도(Lead)하고,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자산군이나 상품군에 대해서는 계속적으로 양질의 상품을 제공(Do Better)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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