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생물보안법은 올해 1월25일 법안 문안이 공개됐고 3월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앞으로 상원과 하원 통과와 대통령 서명이란 절차가 남았다. 미국 공화당이나 민주당 어느 당이 대선에서 이기고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이 법안은 정식 발효될 것이다.
표면상으론 미국이 자국민의 유전정보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적성국에 넘어가서 미국의 국익에 위배되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내용상으론 미국과 중국 바이오산업의 패권다툼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바이오산업에서 중국 원료의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앞으로 5년 내에 미국에서 저분자 활성성분을 직접 생산하기 위한 목표를 세운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에서 진행된 전임상·비임상 위탁연구를 미국에서 진행함으로써 미국 바이오산업을 활성화하고 중국으로 빠져나가던 개발정보와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함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신약개발에서 인간과 가장 유사한 원숭이를 이용한 독성평가는 꼭 필요한 과정인데 불과 5년 전만 해도 중국은 원숭이를 수출하는 국가였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원숭이를 수입하는 국가가 됐다. 이런 상황은 신약연구의 특정 부문이 대부분 중국에서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생물학적 자원을 중국이 거의 독점해 신약개발이 진행된다면 앞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남지 않거나 최소 중국을 통하지 않고는 신약을 개발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돼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생물보안법이 발효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중국의 우려기업들은 미국 바이오 행사에 불참한 반면 국내로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바이오 코리아'에 대거 인력을 보냈다. 중국과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긴급히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바이오기업들도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고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많은 관심과 장단기 전략을 수립하고 지원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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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보안법이 완전히 통과돼 발효되고 연관 법령들도 통과돼 중국 기업들이 제재를 받는다면 상대적으로 CRO(임상시험기관)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같은 원료생산 기업들엔 새로운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중소규모의 CRO나 원료생산 기업들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