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공백' 사태 덮치나…"복귀 움직임 없다" 꿈쩍 않는 전공의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5.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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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전공의 이탈로 발생한 의료 공백이 3개월이 지난 20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05.20. lmy@newsis.com /사진=이무열[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전공의 이탈로 발생한 의료 공백이 3개월이 지난 20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05.20. [email protected] /사진=이무열


정부가 3개월 전 병원에 사직서를 내고 떠난 전공의들에게 20일까지 복귀하면 행정처분 집행을 유예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탈 전공의 대다수가 꿈쩍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100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9997명 중 출근하는 인원은 633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지난 2월 19일부터 집중적으로 의료 현장을 이탈했다. 1만 명에 가까운 이들이 20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내년 1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앞으로 1년간 신규 전문의 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20일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인 '빅5'(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이곳 소속 전공의들은 지난 2월 19일과 20일 대거 떠난 후 복귀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빅5 전공의는 총 2745명으로, 전체 전공의(약 1만3천 명)의 21%에 달한다.



'빅5' 중 전공의 비율이 가장 높은 서울대병원은 전체 의사 중 전공의가 740명가량으로, 전공의 비율이 약 46%에 달한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는 600여 명으로, 병원 전체 의사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교육수련부에 문의가 좀 있다고는 하는데 미미하다"면서 "복귀한 전공의는 한 자릿수"라고 말했다. 서울아산·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모두 "복귀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의 전공의 비중은 각각 약 35%, 38%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도 "복귀 움직임이 거의 없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전공의가 전체 의사의 약 34%를 차지한다.

지역 유일 상급의료기관인 울산대병원 전공의들도 20일 기준, 이탈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대병원 측은 "이탈한 전공의 수가 몇 명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들의 복귀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울산대병원은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며 병원 재정 상황이 악화해 불가피하게 지난 3월부로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비상 경영체제 여파로 지난 8일 신규 입사 예정 간호사들의 채용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신규 간호사의 채용 시점에 대해서도 병원 측도 현재로선 변동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채용 여부는 의정 갈등 해결이 우선돼야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는 수련 기간에 구멍이 나면 전문의 수련 규정에 따라 추가로 수련해야 한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려는 해(현재 최고참 전공의에겐 2025년)의 5월 31일까지 추가 수련을 마쳐야 전문의 자격을 딸 수 있다. 추가 수련 기간이 3개월을 넘기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는 1년 늦춰진다.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개인별 차이는 있겠지만 2월 19일부터 이탈한 전공의의 경우 3개월이 되는 오늘까지 복귀해야 한다"며 전공의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브리핑에서 "현재 전공의들이 이탈한 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등 행정명령도 위반한 상태로 가 있는 불법 이탈"이라며 "(집행유예는) 불법 상태가 해소되고 현장에 돌아올 때 정상참작 관점에서 검토를 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5년도 수가협상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2024.05.16.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5년도 수가협상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2024.05.16. [email protected] /사진=황준선
정부가 전공의에게 빨리 돌아올 것을 손짓하는 사이, '선배 의사들'은 이탈 전공의들을 지지·응원하는 분위기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취임 다음 날인 2일 '긴급을 요하는 전공의 생계지원 사업'에 착수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책에 반발해 낸 사직서가 처리되지 않아 개원도 못 하고 페이닥터로도 활동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힘든 전공의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임현택 회장은 "현재 중국집에서 최저 시급을 받으며 일하는 전공의, 아이에게 분유를 사 먹일 돈도 없는 전공의의 사례를 접했다"며 "만약 의협이 사직 전공의를 돕는다고 해서 정부가 나를 파업 교사 혐의로 문제 삼거나, 면허를 뺏거나, 감옥에 가두겠다면 기꺼이 응하겠다"고 못 박았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19일 SNS에 "모르는 사람들은 '전공의들이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고 환자 곁을 떠났다'고 욕하지만, 그들은 절망이 바라보이는 벼랑의 끝에서 의료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미래를 걸고 모든 용기를 동원해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탈 전공의들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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