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을' 자처한 북미 105일 쪽잠 현장영업…명운 가를 美 해법 찾았다

머니투데이 뉴욕·워싱턴D.C(미국)=김도윤 기자 2024.05.20 11:20
글자크기
 지난 18일(현지 시각)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미국 뉴욕의 숙소에서 현지 영업 책임자들과 화상회의를 마친 뒤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상봉, 방진주 PD 지난 18일(현지 시각)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미국 뉴욕의 숙소에서 현지 영업 책임자들과 화상회의를 마친 뒤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상봉, 방진주 PD


#"인원을 대거 투입해야 하는 지역은 뉴욕과 뉴저지, 그리고 보스턴이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오전 10시 미국 뉴욕의 한 호텔. 1박에 180달러 가격인 이 호텔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183,400원 ▲800 +0.44%) 회장이 미국 전역의 영업 책임자들과 화상회의를 열었다. 서 회장을 비롯해 서준석 셀트리온 북미본부장(수석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서 회장은 미국 각지의 책임자들로부터 짐펜트라(램시마SC, 성분명 인플릭시맙) 처방 데이터와 영업 성과 등을 확인하고 지역별 개선사항과 인력 보충을 지시했다.

180불짜리 작전상황실…미국 각지 처방환자 1명 단위로 점검
서 회장은 뉴욕의 한 호텔에서 진행한 화상회의에서 미국 각지 책임자들과 소통하며 지역별 짐펜트라 현재 처방 확정 건수, 처방 신규 등록 예정 건수, 처방 확정 병원 수, 처방 개시 병원 수 등 숫자를 한 명(환자 수), 한 개(병원 수) 단위로 확인했다. 그만큼 미국 전역의 짐펜트라 공략 상황을 한눈에 꿰뚫고 있단 의미다. 지역별 처방 데이터와 영업 성과 및 개선 방안을 놀랄 정도로 꼼꼼하게 관리하며 영업 조직의 긴장감을 높였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서 회장이 미국 각지의 짐펜트라 처방 환자 및 기관 데이터를 한 명, 한 개 단위로 점검하는데 그 철저함에 모든 직원이 혀를 내두를 정도"라며 "서 회장이 회의 때마다 철저한 데이터 위주로 짐펜트라 영업 성과를 확인하다 보니 미국 시장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며 말했다.

서 회장은 뉴욕에서 2박3일을 지낸 이 호텔을 '작전 상황실'이라고 불렀다. 이 호텔에서 미국 각지 영업 책임자들에게 짐펜트라 공급 현황과 영업 성과 등을 보고받고, 또 지역별로 부족한 부분과 보완할 수 있는 전략을 논의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이 미국 각 지역에서 머문 모든 호텔이 짐펜트라의 '작전 상황실'인 셈이다.



서 회장은 "지금 미국 시장에서 제일 중요한 지역은 북동부"라며 "조지아를 비롯해 워싱턴D.C., 뉴저지, 뉴욕, 보스턴 등 인구가 많고 시장이 큰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 회장은 이날 화상회의에서 뉴욕의 짐펜트라 공략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격적인 영업력 강화를 주문했다.

서 회장은 "미국 의료 시스템은 지역별 특성이 있어 맞춤형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회장이 먼저 미국이란 나라를 이해하고 적확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신속한 시장 침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3개월 가까이 미국 전역을 돌며 수많은 의사를 만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일 4~5시간 쪽잠 자며 현장 영업…얼마든지 '을' 하겠다"
1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DDW 2024에 참석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현지 의료진과 조찬 모임을 앞두고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상봉, 방진주 PD 1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DDW 2024에 참석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현지 의료진과 조찬 모임을 앞두고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상봉, 방진주 PD
서 회장은 지난 2월 25일부터 캐나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미국 전역을 돌며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 신약 짐펜트라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16일 미국 내슈빌(Nashville)에서 뉴욕(New York)으로 옮겼고, 이어 지난 18일 워싱턴D.C.(Washington DC)로 이동했다. 오는 6월 중순까지 미국 현장 영업을 지속할 예정이라 총 105일 안팎의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이 미국에 집중하는 이유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면서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나라마다 규제와 의료 시스템의 체계가 다른 의약품 산업에서 미국 시장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이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미국에서 인정받은 의약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뚝 선다.

하지만 극소수의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를 제외하면 미국 의약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한국 기업의 신약이 FDA의 허가 관문을 넘고 보수적인 현지 의료계의 신뢰를 확보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서 회장이 직접 미국 전역을 누비며 수많은 의사와 대면 미팅을 하는 이유다.

특히 서 회장은 미국 영업 과정에서 '을'의 위치를 마다하지 않는다. 지역 병원 의사 한 명을 만나기 위해 1~2시간 기다리는 일은 다반사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제약 기업 오너(소유주)가 약을 팔기 위해 의사 한 명을 만나러 가고, 병원에서 1~2시간씩 기다리는 일은 거의 없다. 서 회장의 글로벌 현장 영업 행보가 특별한 이유다.

서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짐펜트라의 처방을 늘려 셀트리온이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을'이 될 수 있다"며 "'을' 역할도 회장이 직접 하면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미국 현장 영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놀랄 정도로 촘촘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 예로 서 회장은 지난 18일 오전 8시부터 한국 본사 임원 미팅과 미국 지역별 영업 책임자 화상회의를 진행한 뒤 오후에 차로 4시간을 달려 워싱턴D.C.로 이동해 미국 한인 의사들 대상 저녁 그룹 미팅에 참석했다. 다음날인 19일엔 오전 7시30분부터 'DDW(Digestive Disease Week, 미국 소화기질환 주간) 2024'에 참가해 30분 단위로 다수 키닥터와 대면 미팅을 진행했다. 서 회장과 동행하는 직원들 사이에선 "건강이 걱정될 정도"란 말이 절로 나왔다.

서 회장은 "미국에서 주말도 없이 거의 하루 4~5시간 쪽잠을 자며 현장 영업에 나서고 있다"며 "미국 시장 공략이 전투라면, 회장이 가장 강력한 전투기인 만큼 중요하고 필요한 곳에 언제든 날아가 확실한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음 달 중순까지 애틀랜타 등 남은 지역을 더 돈 뒤 귀국할 예정"이라며 "한국에서 지원 조직과 함께 영업 및 마케팅 전략을 재정비한 다음 금방 다시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