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포수 김재현(가운데)이 16일 잠실 LG전을 승리로 이끈 뒤 홍원기 감독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김재현은 16일 잠실 LG전서 키움의 6-5 승리를 이끈 주역이었다. 어깨 하나로 LG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활약이었다. 14일 잠실 LG전서 한 차례 도루 저지로 키움의 5-0 승리를 견인한 데 이어 이날도 두 번의 도루 저지로 LG의 기세를 꺾었다.
날카로운 송구는 LG의 상승세를 번번이 차단했다. 2회 말 2루 송구 실패로 체면을 구긴 김재현은 키움이 6-4로 앞선 5회 말 실수를 만회할 찬스를 잡았다. 5회 말 1사에서 김범석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LG 벤치는 김범석 대신 최승민을 대주자로 내세웠다. 오지환의 타석에서 김재현은 아리엘 후라도에게 바깥쪽 공을 요구하며 도루에 신경 썼고 결국 3구째에 2루로 던져 최승민을 잡아냈다. 타격 좋은 김범석을 빼면서까지 한 점을 내려 한 LG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뒤이어 허도환이 좌측 담장으로 향하는 2루타를 치고 최원영과 교체됐다. 오지환이 초구 중견수 뜬 공으로 물러나고 폭투로 최원영이 3루로 향한 상황. 문보경의 타석에서 리드폭을 길게 가져간 3루 주자 최원영을 본 김재현은 3구째 투심 패스트볼을 바깥쪽으로 요구한 뒤 곧장 3루로 던져 잡아냈다. LG 더그아웃에 찬물이 끼얹어지는 순간이었다. 타석에서도 선취점을 내는 적시타 포함 5타수 1안타 1타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키움전이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키움 김재현(왼쪽)이 2회초 2사 1,2루에서 선제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출루한 후 1루코치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재현은 "사실 (주)승우한테 미안했다. 저번 경기도 그렇고 승우가 등판했을 때 계속 결과가 안 좋아서 이번 경기는 진짜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이겨서 나나 승우나 자신감 많이 생겼다"며 "(조)상우, (김)재웅이는 말할 것도 없고 (김)성민이, (문)성현이 형 다 잘해줘서 내가 조금 더 힘내야 할 것 같다. 투수들에게도 내가 열심히 할 테니 자신 있게 공을 던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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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연습량을 더 늘렸다. 만 31세에 처음 찾아온 풀타임 주전 기회를 잘 살리고픈 마음이 크다. 더 잘하고 싶은 간절함과 훈련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 데서 나오는 즐거움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김재현은 "풀타임으로 뛰는 것이 처음이라 솔직히 많이 힘들다. 그런데 힘들다고 쉬면 도태되는 것 같아 오히려 연습을 더 많이 하고 있다. 풋워크, 블로킹, 송구, 공 빼는 연습 등 뭐든지 하고 있다. 그렇게 박도현 코치님과 연습한 결과가 바로 나와서 기분 좋다"고 미소 지었다.
선배들의 조언도 김재현을 차츰차츰 주전 포수로서 성장시키고 있다. 김재현은 "시즌 초반에는 '똑같이 하면 되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올해 많이 나가게 되면서 여러 사람으로부터 조언을 정말 많이 구하고 있다. (박)동원이 형, (이)지영이 형한테는 전화해서 '저 너무 힘든데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한다. 강민호 선배님이나 양의지 선배님께도 경기장서 만나면 한 번씩 물어보는데 선배님들이 정말 친절하게 잘 알려주셔서 감사할 뿐"이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올해 키움은 국가대표 포수 김동헌(20)의 팔꿈치 수술로 시즌 시작부터 악재를 맞았다. 그러나 김재현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주면서 숱한 부상에도 경쟁력을 잃지 않고 있다. 특히 규정 수비 이닝을 채운 포수 중 3번째로 높은 도루 저지율(35.5%)로 투수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김재현은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팀 경기력 차이가 확 나는 것 같았다. 최근 팀이 연패할 때도 내가 못 했다. 다행히 LG 같은 강팀을 상대로 이겼고, 내가 잘하면 팀이 이길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걸 느껴서 조금 더 열심히 하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키움 김재현이 16일 잠실 LG전을 승리로 이끈 뒤 주승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