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무엇보다 현재 필수·지역의료의 어려운 상황을 국가적인 중대 문제로 짚었다. "국내 의료서비스가 질 자체는 우수하지만 필요한 곳에 의사의 적절한 수급이 이뤄지지 않아 필수의료·지역의료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정부에서도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된 결과"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재판부는 정책 목표가 공공복리에 부합한다면 정책 추진 과정의 미비점을 이유로 중단해선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비록 일부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일정 수준의 연구와 조사·논의를 지속한 점 등을 종합할 때"라고 언급한 대목이다. 정부가 충분한 소통 없이 제대로 된 근거 없이 2000명 증원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의료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의대생들이 입을 손해에 비해 의대 정원 증원을 중단할 경우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다만 의대생들이 입을 손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2025년 이후 의대 정원 숫자를 정할 때 대학 측의 의견을 존중해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자체적으로 산정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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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서는 항소심 재판부가 의대생들에 대해 '신청인 적격'을 인정하고 의대생의 학습권을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으로 본 데 대해서는 의료계가 거둔 성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날 항소심에 앞서 1심 결정이 나왔던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의대생들에 대해 '신청인 적격'이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의대생의 신청인 적격을 인정한 재판부 판단과 관련, "행정처분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의 경우라 하더라도 해당 행정처분으로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해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제3자의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비교적 넓게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일부 원고들에 대해 원고적격 등 소송요건을 인정한 것은 법리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집행정지에 필요한 다른 요건들이 인정되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1심 결정과 동일한 상황이 된 것"이라며 "대법원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다른 사건에서 당장 집행정지가 인용되지 않는 한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은 사실상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의대생 등을 대리한 이병철 변호사가 법원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 재항고 절차를 준비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법원 판단까지는 최소 1~2개월 소요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정부의 증원 정책을 막을 시간이 부족하다. 대학별로 이달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모집 요강을 제출해 심사받고 모집 요강이 수험생에게 공지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