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에 '이것' 쓰니 MZ 열광…자산 7400억 중국 30대 창업자 [월드콘]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4.05.18 06:32
글자크기

"남들이 분유 쓸 때 우유" 차별화, MZ 마케팅 더한 중국 브랜드 '헤이티'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중국 밀크티 브랜트 '헤이티'의 대표 메뉴 베리 그레이프 치조'/사진=헤이티 홈페이지 갈무리중국 밀크티 브랜트 '헤이티'의 대표 메뉴 베리 그레이프 치조'/사진=헤이티 홈페이지 갈무리


입시 성적이 좋지 않아 대학조차 못 간 1991년생 중국인 니에 유첸. 평소 IT 기술에 관심이 많아 스마트폰 수리점을 열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폐업했다. 앞길이 막막했던 그는 '당 충전'을 하러 근처 밀크티 가게를 찾았다.

분유와 인스턴트 차 분말로 만든 밀크티 맛은 실망스러웠다. '겨우 이런 음료를 마시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나.' 실제로 줄을 대신 서주는 아르바이트가 있을 뿐 아니라, 웃돈을 주고 '암표상'이 사온 밀크티를 사 마시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 밀크티의 인기가 뜨겁다. 분유 대신 우유로 고급 밀크티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겨우 이거 먹으려고 줄 서?" 분유 밀크티 먹다 창업 결심
2012년 밀크티 브랜드 '헤이티'(HEYTEA)를 창업, 대형 밀크티 프랜차이즈 CEO로 거듭났다. 지난해 중국 경제매체 지에미안 보도에 따르면 그해 기준 40억 위안(7400억원)의 부를 거머쥐었다. 목표는 밀레니얼 세대도 즐길 수 있는 차 문화를 퍼뜨리는 것.

2018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 기사를 종합하면 헤이티의 성공 비결은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첫째는 품질이다. 재료를 고급화하자는 처음 아이디어 그대로 분유 대신 우유로, 인스턴트 차 분말 대신 찻물을 우려 밀크티를 제조한다. 인공 향료, 색소는 쓰지 않는다.



중국 밀크티 프랜차이즈 헤이티 매장 사진./사진=헤이티 엑스 공식계정 갈무리중국 밀크티 프랜차이즈 헤이티 매장 사진./사진=헤이티 엑스 공식계정 갈무리
헤이티는 밀크티에 생과일, 치즈 거품 등을 얹어 색다른 맛을 만들어냈다. 이 중 진한 크림치즈 거품을 얹은 치즈티가 큰 인기를 얻었다. 맛과 건강 모두 생각하는 중국 MZ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데 성공한 것. 헤이티는 품질 유지를 위해 전 매장을 직접 운영한다.

두 번째는 가격이다. 니에 CEO는 SCMP 인터뷰에서 "스타벅스보다 1컵 기준 10위안(1870원) 낮은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매출 대비 이익 비율(마진율)이 보통 80%인데, 헤이티는 가격 경쟁력을 위해 이를 50% 이하로 책정한다. 니에 CEO는 "가격을 낮게 잡지 않으면 다른 경쟁자에게 시장을 뺏길 수 있다"고 했다.

2022년 1월에는 일부 메뉴에 대해 3~7위안씩 가격 인하를 단행했고, 가장 저렴한 메뉴 가격을 9위안(1680원)으로 떨어트렸다. 다오인사이트, 더피크매거진(더피크) 등에 따르면 헤이티는 신선한 재료를 대량으로 확보하기 위해 직접 공급망을 구축했고 덕분에 공급 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 니에 CEO는 더피크 인터뷰에서 "차밭 경작부터 차나무 재배, 블렌딩까지 모든 생산 단계를 직접 관리한다"며 "저온 유통 시스템과 GPS 모니터링 등을 통해 공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MZ 감성은 MZ 사장이 안다
좋은 품질의 물건을 싼 가격에 파는 건 누구나 아는 성공의 공식. 헤이티만의 비결은 MZ 세대를 겨냥한 감성이다. 첫 매장 오픈 당시의 브랜드 이름은 '로열 티'(Royal tea)였다. 이 이름으로 상표권 출원을 시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6년 브랜드 개편을 기획, 이름을 헤이티(Hey Tea)로 바꿨다. 단순하면서도 MZ 세대의 흥미를 끄는 데 주력했다. 소년이 차를 마시는 옆모습을 로고로 채택한 것도 이때쯤이다. 매장도 모던한 공간으로 꾸몄다. 니에는 더피크에 "스타벅스가 커피를 문화로 재창조한 것처럼 차 문화를 젊은 감각으로 되살리고 싶다"고 했다.

젊은 감각을 잃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영원한 베타'라는 (구글) 지메일의 모토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니에 CEO는 소비자 의견을 변화의 토대로 삼고 있다. 저칼로리 설탕으로 기존 음료와 똑같은 맛을 재현하기 위해 2년 연구를 거치는가 하면, 쓴맛을 줄인 차 블렌딩을 새로 개발하기도 했다. 색다른 메뉴를 창출하기 위해 계란 노른자 아이스크림 같은 이색 메뉴도 출시했다.

IT 기술도 성공에 한몫했다. 중국 SNS 위챗에서 음료 주문이 가능하도록 미니 앱을 개발했다. 이 앱으로 고객들의 매장 이용 패턴을 분석, 제품과 서비스 개선에 활용한다. 니에는 SCMP 인터뷰에서 "차 생산을 제외한 다른 문제 대부분은 인터넷으로 해결 가능하다"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모방 욕하던 기업들, 이제 중국 따라해"
지에미안 보도에 따르면 헤이티는 지난해 3월 기준 중국에만 1000개 가까이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 2018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영국, 호주, 캐나다에 이어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까지 진출했다. 싱가포르에서 헤이티를 모방한 '히티'(Heetea)가 등장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중국의 모방을 불평하던 기업들이 이제 중국을 모방하고 있다"고 평했다. 올해 서울 압구정에 한국 1호점도 오픈했다.

창업 당시 헤이티의 자본은 15만 위안(2700만원)에 불과했다. 벤처캐피탈정보 플랫폼 트랙슨에 따르면 헤이티는 2021년 세쿼이아 차이나, 텐센트 등으로부터 5억 달러(673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2020년 기준 90억 달러(12조1180억원)에 달했다.

워낙 빠르게 성장한 탓에 헤이티가 곧 상장할 것이란 루머도 꾸준히 나온다. 상장한다면 나이쉐, 차바이다오에 이어 세 번째로 상장하는 중국 밀크티 브랜드가 된다. 나이쉐, 차바이다오는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