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존재감 커진 알레르기藥…졸레어 넘어 렉라자 바통 이을까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4.05.1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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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치료제 후보물질 'YH35324', 연 매출 5조 '졸레어' 공략 못한 적응증 효능 입증
기술수출 입지 강화에 논의 진행 중…日 권리 보유한 지아이이노, 지난해 기술수출 성공

유한양행, 존재감 커진 알레르기藥…졸레어 넘어 렉라자 바통 이을까


유한양행 (74,700원 ▲400 +0.54%)의 알레르기 치료제 후보물질(YH35324)이 '넥스트 렉라자'로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 회사는 하반기 비소세포폐암 후보물질 '레이저티닙'(국내명: 렉라자)의 미국 허가 기대감이 쏠린 상태인데, 이를 이어갈 차세대 파이프라인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YH35324는 초기 임상 단계로 주목도가 낮았지만, 최근 글로벌 대형 품목과의 비교에서 우위를 확인하면서 기술수출 가능성을 끌어 올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이 알레르기 치료제로 개발 중인 'YH35324'의 임상 1b상 데이터가 이르면 올 하반기 학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대비 우위를 보인 초기 임상 결과와 후속 임상 순항에 또 한 번의 대형 기술수출 기대감을 키우는 중이다.



YH35324는 회사 핵심 파이프라인인 렉라자의 뒤를 이을 차세대 품목으로 꼽히는 물질이다. 현재 유한양행 후속 파이프라인 중 가장 빠른 개발단계를 보이는 물질은 YH35324가 아닌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YH14618'(미국 3상 중)이다. 아직 1상 단계에 불과한 YH35324가 허가용 임상 단계 물질보다 유망한 파이프라인으로 꼽히는 이유는 기술수출을 통한 조기 사업화 기대감이다.

YH35324는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생성돼 가려움과 콧물, 재채기 반응 등에 관여하는 면역글로빈E(IgE)를 낮춰 알레르기 증상을 개선하는 신약 후보다. 같은 기전의 치료제 중 미국 품목허가를 획득한 신약은 노바티스 '졸레어'가 유일하다. 연 매출 5조원 규모의 졸레어가 시장 강자로 군림 중이지만 빈틈은 많다.



IgE 수치가 일정 수준(700IU/㎖)를 넘어서는 환자에겐 약효를 기대할 수 없고, 6세 미만 소아에게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을 대표하는 품목임에도 전체 시장의 일부만 공략하고 있다. 업계는 지난 2022년 211억달러(약 28조4100억원)였던 글로벌 알레르기 치료제 시장 규모가 오는 2028년까지 5.9%씩 성장해 303억달러(약 40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YH35324는 초기 임상을 통해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임상 1a상을 통해 졸레어 대비 강력하고 지속한 IgE 억제 활성뿐만 아니라 높은 IgE(700IU/㎖ 이상) 수치의 아토피 환자 대상 억제 효과를 확인한 것. 해당 결과는 지난 2월 SCI급 국제학술지 게재는 물론, 미국 알레르기 천식 면역학회(AAAAI) 연례 회의를 통해 발표됐다.

졸레어 한계 극복에 보다 큰 시장성을 기대할 수 있는 YH35324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 관심도 남다르다. 이미 지난해부터 기술수출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며 유력 사업화 주자로 꼽힌다. 유한양행 역시 렉라자의 뒤를 이를 차세대 품목 중 하나로 YH35324를 꼽는 중이다.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가 우선 적응증이지만 혈중 IgE를 원천 차단해 아토피와 천식 등 다양한 적응증 확장이 가능한 점도 강점이다.


초기 물질 도입 후 글로벌 제약사로 다시 기술수출 해 상업화를 노린다는 점도 렉라자와 닮은 점이다. 유한양행은 2015년 전임상 단계의 렉라자를 도입해 임상 1상 이후 2018년 얀센에 약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YH35324 역시 2018년 전임상 중이던 지아이이노베이션 (10,740원 ▼410 -3.68%)으로부터 도입한 물질로 현재 양사가 공동개발 중이다.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권리를 유한양행이 갖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아이이노베이션이 3000억원 규모의 일본 기술수출에 성공한 점은 YH35324의 기술수출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해당 성과를 통해 제25회 대한민국신약개발상(KNDA)의 기술수출상을 받기도 했다.

유한양행은 또 한 번의 개발 초기 단계 물질 성과가 중장기 경쟁력의 강력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업화 성과가 가시권에 들어온 후기 파이프라인 역시 중요하지만, 초기 물질 성과는 기업가치의 지속적 우상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지표라고 설명한다.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사장은 "회사를 비롯해 모든 국내사는 글로벌 판매력이 부족하고 모든 물질을 3상까지 완료해 판매하는 건 적절치 않은 전략"이라며 "제약사의 건강한 R&D 파이프라인은 상업화 직전 단계 모델이 최상단에 있는 피라미드형 모델로 하단에 위치한 물질들이 결국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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