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먼저 인구변화와 학교 중심 체제의 한계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학생'을 학교라는 기관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체제를 유지했다. 교육에서도 표준과 효율이 중시됐고 전문가가 '처방'한 교육과정과 체계적 사범교육을 받은 교사들의 역할이 컸다. 이런 표준화 시스템은 소품종 대량생산과 추격형 성장에 효과적이고 세계가 부러워할 경제·사회발전을 일군 동력이었다. 그러나 환경이 바뀌었다. 인구는 급격히 줄고 시대는 획일과 균질의 '붕어빵 교육'에서 벗어나 각자 꿈과 끼를 키우는 '맞춤형 교육'을 바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인적자원이고 각자 잠재력을 꽃 피우게 하는 인재양성 체제를 요구한다. 마침 교육 생태계도 다원화했다. 도서관, 과학관, 체육관, 평생학습관, 대학 등 여러 기관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제공한다. 이제 학교에만 미래세대를 떠맡기는 시대를 보내고 여러 주체가 협업하는 '협력적 학습네트워크'를 만들 때다.
미국 공교육의 아버지 호레이스 만은 학교를 '인류가 만든 최고 발명품'이라고 했다. 그는 공립학교 중심 공교육제도를 만들어 귀족의 전유물이던 교육을 일반 대중에게 확대했고 오늘날 미국은 이런 공교육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교사들과 높은 교육열이 합쳐진 공교육 체제는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동력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탈경계와 융복합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직업세계, 일하는 방식, 인간관계의 양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어느덧 로봇과 인공지능은 삶의 동반자가 됐다. 과거 패러다임에 유효한 공교육 체제에 대수술이 필요한 이유다.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시대 흐름을 좇을 것인가, 아니면 파격적 혁신으로 흐름을 주도할 것인가. 미래 환경과 학생의 특성에 맞게 학교와 교사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학교 밖 학습촉진, 디지털교육과 인증, 임용되지 못한 예비교사 자원의 전략적 활용, 유아교육 대개혁, 학부모 참여, 교육 본질 회복 등 총체적 혁신로드맵이 필요하다. 규제, 획일, 관리, 몰개성의 낡은 체제를 버리고 여러 주체가 창의, 융합, 탈경계, 맞춤형 학습을 도모하는 '협력적 생태계'를 만들 때다. 교육부가 있음에도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든 이유는 우리 미래를 위한 '담대한 혁신'을 구상하라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