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10부작인 ‘수사반장 1958’에서 다룰 이야기는 너무 많았다. 우선 1958년으로 시대 배경을 시작한 만큼 원작 ‘수사반장’의 주요 인물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담아야 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중후하고 믿음직한 최불암 배우의 ‘박 반장’이 아닌 이제훈이 분한 20대 박영한 형사에 적응해야 한다는 소리. 경기도 황천에서 형사로 활동하며 전국 소도둑 검거율 1위를 자랑하는 박영한의 모습은 팔딱팔딱 뛰는 활어처럼 생동감 넘쳤지만 어딘가 이제훈의 전작 ‘모범택시’가 오버랩되는 느낌이 있었고, 중장년의 원작과 아예 다른 캐릭터의 모습인지라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첫 화에서 노년의 박영한으로 등장한 최불암과 역시 형사가 된 박영한의 손자(이제훈)의 만남은 원작 팬들에게 뭉클한 장면이었지만, 젊은 박영한이 된 이제훈이 최불암의 시그니처인 “파~”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트릴 때면 어쩐지 얼굴가죽이 근질근질해지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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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으로 돌아가 1960년대 초반까지를 다루며 복고 시대극의 면모를 보여야 하는 점도 ‘수사반장 1958’의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야만의 시대, 진짜 형사들의 휴먼수사극’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만큼 드라마는 여전히 권력 중심부에 굳건한 친일파 세력, 권력과 결탁한 정치깡패, 증권파동과 서산개척단(극 중 고산개척단) 사건 등 국가가 나서서 자행한 범죄 등을 담아냈다. 일제로부터 독립하고 한국전쟁의 여파를 딛고 군사정권이 들어서는 혼돈과 혼란의 극치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에 다뤄야 할 이야기가 많아도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변죽만 울리는 모습도 이따금 비쳐졌다. 박영한은 종남서 부임 직후부터 동대문파 보스인 정치깡패 이정재(김영성) 일당과 대립각을 예고했으나 역사 그대로 6화에서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으로 처리된 이정재의 모습이 대표적. 이 드라마의 최종 보스 격으로 그려졌기에 정치깡패 이정재의 이야기를 모르는 연령대의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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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 1958’의 아쉬운 점을 길게 늘어놓는 것은 그만큼 원작에 대한 존경심이 깊고, 또 그만큼 프리퀄 작품인 ‘수사반장 1958’에 대한 기대를 놓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약 시즌제로 이어지며 다른 시대의 모습까지 아우른다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수십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만큼 ‘수사반장 1958’에는 분명 아쉬운 점이 많다. 그럼에도 ‘인간다움’을 강조하는 원작의 의미와 연결고리를 놓치지 않으려 분투하는 모습은 원작을 추억하는 이들에게 어느 정도 통했을 것 같다. ‘대도의 창궐’이란 제목으로 증권파동을 다뤘던 7화 엔딩에서 박영한은 주범들을 잡지 못한 회한을 곱씹으며 “건물 그림자 엄청 기네”라는 말을 남긴다. ‘수사반장’ 마지막 회에서 박 반장이 남긴 명대사 “빌딩이 높아지면 그림자도 길어집니다”가 오버랩되는 대사로, 1970~80년대나 ‘수사반장 1958’이 그리는 1950년대 후반~1960년대나 혹은 2024년의 현재나 통용되는 씁쓸함을 잘 드러냈다.
부디 ‘수사반장 1958’이 남은 2화를 잘 마무리하길, 그리고 앞으로 있을 수 있는 그 이후를 기대해 본다. 만약 레전드로 불리는 원작이 궁금하다면 MBC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나 OTT 웨이브에서 시청 가능하다. 300, 400, 500회 특집 및 마지막 회엔 880회 등 수십 편이 업로드되어 있는데, 주인공 형사들 외에도 고두심, 김혜자, 나문희, 박원숙, 변희봉, 서권순 등 우리에게 친숙한 얼굴들이 즐비하게 등장한다. 원작의 향수를 기억하고 싶은 사람도, 원작을 모르는 젊은 시청자들도 흥미진진하게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