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금 뚝, 또 구조조정?…위기의 증권맨 "육아휴직 갑니다"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24.05.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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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


#증권사 IB(기업금융) 부문에서 IPO(기업공개) 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최근 육아휴직을 쓰기로 결정했다. 상장 심사 문턱이 높아지는 등 업황이 좋지 않자 차라리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해 일을 쉬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육아휴직 결정에 영향을 줬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에는 A씨처럼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년간 육아휴직을 쓰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성과금도 안 나오고, 또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에 월급의 70%를 받고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늘기 시작했다"며 "퇴사하고 아예 다른 업계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IPO 관련 부서에서 주로 포착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증권업계는 그동안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부서에 대한 위기론이 부각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IPO 영역도 어려운 위치에 놓였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한 증권사에서는 IPO 관련 부서 임직원이 올해 수십명 퇴사하는 등 집단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기도 했다. 퇴사 이후 동종 업계로 이동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엔 아예 쉬거나 다른 업계로 이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인 파두 (20,150원 ▼850 -4.05%) 사태로 상장 심사 문턱이 높아진 점도 증권사 IPO 영역의 육아휴직 증가를 불러온 원인이 됐다는 분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기업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올해 1~3월 기업공개 공모금액은 5264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줄었다. 올해 기업공개 건수는 1월·2월 각각 10건에서 3월 5건으로 반토막 났다.

증권사는 기업이 상장에 성공해야 보수를 받는 구조다. 깐깐해진 심사는 곧 실적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부동산 PF 담당 부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연 성과급 제도를 강화했다. 기본급보다 성과급 비중이 높은 증권업계 보수체계 특성상 연봉이 대폭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진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자체도 적은데, 이연 성과급 제도에 따라 3년에 나눠 받아야 하니 강도 높은 업무를 버틸 유인이 사라졌다"며 "지금도 상황이 좋지 않은데 상장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지면 증권사 뿐만 아니라 살아남을 수 있는 증권맨들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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