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머니투데이가 주요 수제맥주 기업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실적이 공개된 주요 기업이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제주맥주가 매출 224억원에 110억원 적자(이하 연결기준)를 기록해 가장 적자 규모가 컸다.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상장)을 통해 수제맥주 기업으로 2021년 코스닥에 첫 입성한 제주맥주는 계속된 적자로 내년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다. 매각 과정도 순탄치 않다. 인수기업이 잔금을 치르지 않아 지난 8일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될 주총이 돌연 연기됐다.
매출 100억원 미만의 전통 수제맥주 기업들도 상황이 여의치않다. 1세대 수제맥주 기업인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40억원 매출에 20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플래티넘맥주 역시 매출은 59억원에서 69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영업손실이 8억원에서 11억원으로 증가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맥주박람회 및 드링크서울에서 각종 수제맥주가 관람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는 맥주와 프리미엄 전통주를 비롯해 와인, 크래프트 주류, 음료 등 타 주류 및 음료기업들이 참가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2024.4.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수익성 악화를 가속시키는 배경에는 수제맥주 기업들의 과도한 시설투자와 사업 확장에 있다는 견해가 많다. 그동안 자본시장의 지원을 등에 업은 수제맥주 기업들은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늘어난 자본력을 편의점 판매망 확대와 양조장을 사들이는 등 규모 확대에 투입했다. 하지만 편의점 출혈경쟁이 심화하고 10%대 공장 가동률을 보이는 기업이 나타나는 등 적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 '뱁새가 황새 쫓다 가랑이 찢어진 격'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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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른바 '편의점 맥주'로 전락한 수제맥주 시장에 본격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동안 수제맥주의 주류였던 포장경쟁(브랜드 경쟁)이 더 이상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어려워지면서 본격적인 품질경쟁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예상이다.
한 수제맥주 관계자는 "기존 '편의점용 수제맥주'는 수제맥주의 크래프트 정신인 독립성, 소규모, 전통성을 버리고 대형화에만 몰두했다"며 "그동안 맛있는 맥주 생산을 고민해 온 진짜 수제맥주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