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교에 사람이…제발" 2분26초 초고속 출동, 한강 지킴이들[르포]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2024.05.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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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동행 취재…시간·계절 상관없이 빗발치는 '투신 의심 신고'

지난 8일 오후 2시20분쯤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대원들이 투신 우려 신고를 받고 마포대교 인근으로 출동하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지난 8일 오후 2시20분쯤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대원들이 투신 우려 신고를 받고 마포대교 인근으로 출동하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삐리리리 삐리리리."

지난 8일 오후 2시20분쯤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에서는 커다란 알림 소리가 들렸다. 무전기에서 "한 남성이 마포대교 난간에 앉아있어 투신이 우려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검은색 근무복을 입은 한강경찰대 대원 3명이 즉시 신형 고속정으로 달려갔다.

박철환 팀장(54)이 가장 먼저 도착해 고속정의 운전대를 잡았다. 김봉석 대원(44)은 박 팀장 바로 옆에서 실시간으로 무전 내용을 들으며 구조대상자 위치를 파악했다. 윤희조 대원(40)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즉시 물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선미에서 대기했다.



새파란 하늘 아래 뜨거운 햇빛이 쏟아졌다. 강물에는 비늘 같은 윤슬이 반짝였다. 그림 같은 날씨에도 마포대교와 잠실대교에서 투신 의심 신고가 연속으로 접수됐다. 순찰차와 119구급대 차량이 대교 위에 먼저 도착해 구조대상자를 설득하고 있었다. 다행히 2곳 모두 실제 투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강경찰대 대원들은 이날 오후 7시40분쯤 투신하려던 10대 여학생과 이를 막으려다 함께 물속으로 빠진 경찰관을 동시에 구조하기도 했다. 신창훈 한강경찰대 대장은 "항상 '제발'이라는 말을 되뇌며 출동한다"며 "투신으로 이어지지 않고 돌아올 때가 많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지난 8일 오후 2시20분쯤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에 투신 우려 신고가 접수됐다. 한강경찰대 대원들이 수면 위에서 대기하는 동안 순찰차와 119구급대가 출동했다. 요구조자를 설득한 끝에 실제 투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사진=최지은 기자지난 8일 오후 2시20분쯤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에 투신 우려 신고가 접수됐다. 한강경찰대 대원들이 수면 위에서 대기하는 동안 순찰차와 119구급대가 출동했다. 요구조자를 설득한 끝에 실제 투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사진=최지은 기자
한강경찰대는 한강 41.5㎞ 수중 구역을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산하 조직이다. 한강 치안과 구조·수색·변사체 인양 등을 담당한다. 망원(행주대교~마포대교), 이촌(마포대교~한남대교), 뚝섬(한남대교~잠실대교), 광나루(잠실대교~강동대교) 등을 치안센터 4개소에서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한강경찰대는 총 3771건의 신고를 처리했고 60명을 구조했다.



지난 3월에는 신형 고속정 2대가 도입됐다. 신형 고속정은 기존 고속정보다 전체 길이와 폭이 커졌다. 엔진도 500마력에서 600마력으로 보강됐다. 최고 속력도 시속 55㎞에서 74㎞까지 빨라졌다. 3㎞ 거리에 3분16초가량 걸리던 출동 시간은 2분26초 정도로 단축됐다.

박 팀장은 "물에 빠진 뒤 뇌에 산소 공급이 끊어지고 4분이 넘어가면 구조대상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다"며 "최대한 빨리 현장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조 상황에서 1분은 엄청나게 크다"고 했다.

배 뒤편에는 물에 빠진 구조대상자를 건져낸 후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는 넓은 공간이 마련됐다. 신 대장은 "소형 순찰정의 경우 공간이 좁아 구조 업무에 적합하지 않았는데 대원들의 요구를 반영해 이 공간의 크기를 키웠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에는 지난 3월 신형 고속정 2대가 도입됐다. 신형 고속정은 기존 고속정보다 전체 길이와 폭이 커졌다. 엔진도 500마력에서 600마력으로 보강됐다. 최고 속도도 시속 55㎞에서 74㎞까지 빨라졌다./사진=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제공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에는 지난 3월 신형 고속정 2대가 도입됐다. 신형 고속정은 기존 고속정보다 전체 길이와 폭이 커졌다. 엔진도 500마력에서 600마력으로 보강됐다. 최고 속도도 시속 55㎞에서 74㎞까지 빨라졌다./사진=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제공
박 팀장은 한 남성이 투신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며칠간 발견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남성의 가족이 직접 찾아와 변사체라도 찾아달라고 애원했다. 물속을 열 차례 드나들며 구조 작업에 매진했다. 결국 한 달 뒤 남성의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남성의 가족분이 장례를 마치고 장문의 편지로 감사 인사를 전해 기억이 남는다"고 말했다.

투신 사고뿐 아니라 안전사고도 다수 발생한다. 김 대원은 "지난해 여름 한 남성이 요트에서 사진을 찍다가 휴대전화를 떨어뜨려 물속에서 발견된 일이 있었다"며 "1시간 이상을 교각 부분에 튀어나온 철근을 손가락으로 붙들고 있다 구조됐다. 이런 안전사고도 많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신 대장은 "한강은 서울의 상징이자 서울 시민에게는 쉼의 공간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말 힘들고 어두운 장소"라며 "우리는 이들을 위한 사람들이다. 한강이 모두에게 희망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한강경찰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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