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오후 10시 경 캐나다 벤쿠버 UBC 캠퍼스에서 촬영한 오로라. /사진=독자 이성규씨·이예린양 제공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40대 이성규씨는 예보 확인 즉시 딸 이예린양 등 가족들과 UBC(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캠퍼스 광장으로 향했다. 한겨울 옐로나이프(오로라 빌리지가 있는 북위 62도의 유명 오로라 헌팅 플레이스)에서 영하 몇십도 추위 속에 기다려도 못 보는 경우가 많은 오로라를 북위 49도에 위치한 밴쿠버에서 볼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오로라는 북위 60도 이상 극지방에서 관측된다.
밴쿠버 키칠라노·제리코·로카르노 등 북쪽으로 향한 해변은 저녁 무렵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오로라를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둠이 내리자 핑크색·하얀색·초록색 빛의 오로라가 하늘 위로 커튼처럼 드리워졌다. 이 씨는 "오로라의 빛은 정말 신비로웠고, 예상과 다르게 저 멀리 북쪽이 아닌 바로 머리 위에서 비춰서 놀랐다"며 "평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달성하게 돼 너무 기뻤다"고 감상을 전했다.
멕시코 테카테에서 바라본 멕시코 메히칼리와 미국 칼렉시코 국경 도시 상공에서 태양 폭풍으로 인한 오로라 보레알리스의 불빛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로이터)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우주기상예측센터(SWPC)는 극한 수준인 G5 등급의 '지자기(Geomagnetic) 폭풍'이 발생했다며 경보를 발령했다. 지자기 폭풍은 지구 자기장에 발생하는 혼란을 뜻하며 '태양 폭풍'이라고도 불린다. SWPC는 지자기 폭풍을 G1부터 G5까지 5단계로 분류한다. 가장 높은 G5 등급 지자기 폭풍이 지구에 온 것은 2003년 이후 21년 만이다. SWPC는 관련 영향이 오는 12일(현지시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자기 폭풍은 통신·전력망·내비게이션·라디오·위성 등의 작동을 방해할 수 있다. 특히 2003년 이후 21년 만에 발생한 강력한 G5 등급의 지자기 폭풍으로 세계 곳곳에 경보가 내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우주전파재난 주의' 위기 경보를 발령하며 차량 내비게이션 등에 오차가 발생하거나 위성·단파 방송이 간헐적으로 끊길 수 있다고 했다. 2003년 10월 지자기 폭풍 발생 당시에는 미국 공군기지 단파통신이 두절되거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는 등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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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위 32도의 메히칼리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됐는데, 이보다 위도가 높은 한국(서울 기준 북위 37도)에서는 오로라를 볼 순 없을까. 21년 전 태양 폭풍 발생 당시, 경북 영천시에서 오로라가 관측된 기록이 있기도 하다. 아쉽게도 이번 태양 폭풍으로 우리나라에서 오로라를 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오로라는 '지구 자기장 위도'를 따라 관측되고 그것도 지자기극(geomagnetic pole) 가까이서만 관측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 위도' 기준으로 오로라 발생 지역을 따질 수 없다는 얘기다. 일반적인 위도는 북극(90도)을 축으로 그려지는데 북극점과 지자기극은 일치하지 않는다. 지자기극에서 멀리 떨어지면 오로라를 관측할 가능성이 낮다.
한국천문연구원 관계자는 "지자기극의 위치는 계속 변화하며, 현재 지자기극은 캐나다 위쪽에 위치해 있어 캐나다와 근접한 멕시코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지자기극과 거리가 먼 한국에서는 오로라를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같은 위도의 북유럽에서보다 캐나다에서 오로라를 관측할 확률이 더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 "2003년 경북 영천에서 관측한 오로라도 전문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것이며, 인간이 맨눈으로는 관찰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