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버핏을 만났으면"…직접 가 본 버크셔 주총[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4.05.1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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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주총이 열리는 CHI 헬스센터 입장을 기다리는 주주들/사진=필자 촬영주총이 열리는 CHI 헬스센터 입장을 기다리는 주주들/사진=필자 촬영


지난 5월 4일(현지시간) 미국 오마하에서 개최된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했습니다. 뉴스로는 익히 들었지만 약 4만명의 주주들이 주총이 열리는 오마하 CHI 헬스센터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앉는 단상과 가까운 앞자리에 앉기 위해 이날 새벽 3시부터 주주들은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입장이 시작되는 오전 7시까지 차가운 새벽공기를 맞으며 기다리면서요. 필자는 오전 6시 50분에 도착했는데, 운 좋게 비교적 앞쪽과 가까운 2층 관람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필자의 오른쪽에 앉은 60대 미국인 주주는 10년차 주주인데, 이날 주총에 참석하려고 오전 5시 15분에 도착해서 기다렸다고 하더군요. 왼쪽에 앉은 30대 캐나다인 주주는 4년째 버크셔 주식을 보유 중이며 202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주총에 참석한다고 했습니다.

참, 이날 주총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했습니다. 특히 빌 게이츠는 주총이 끝나는 오후 4시 40분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멍거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설계자'
멍거를 위해 기립박수를 치는 주주들/사진=필자 촬영멍거를 위해 기립박수를 치는 주주들/사진=필자 촬영
주총은 작년 11월말 타계한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을 기리는 30분짜리 추모 영상으로 시작했습니다. 추모 영상이 끝나자 버핏이 주주들에게 기립박수를 요청했고 4만명의 주주들이 일제히 일어나 멍거를 기리는 박수를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버핏은 멍거를 '버크셔 해서웨이의 설계자(architect)'라고 칭송했습니다. Q&A 세션에서는 질문에 답변한 버핏이 옆에 앉은 그렉 아벨 부회장에게 자신도 모르게 "찰리?"라고 부르자 4만여명의 주주들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필자는 버핏이 일부러 그런 줄 알았는데, 옆에 있는 미국인 주주에게 물어보니 실수인 것 같다고 하더군요.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사진=블룸버그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사진=블룸버그
주총에서 멍거가 빠진 빈자리는 버핏의 뒤를 이어 후계자로 낙점된 그렉 아벨 비보험부문 부회장이 메웠습니다.


이날 Q&A 세션은 버핏이 1분기 실적을 간략히 설명한 후 베키 퀵 미국 CNBC방송 앵커가 이메일로 온 질문을 정리해서 묻고 다음 번에는 주총장에서 주주가 직접 질문하는 방식으로 번갈아 가며 진행됐습니다.

애플 지분을 13% 줄인 버크셔
5월 4일 버크셔 주총에 참석한 팀 쿡 애플 CEO/로이터=뉴스15월 4일 버크셔 주총에 참석한 팀 쿡 애플 CEO/로이터=뉴스1
첫 번째 질문은 애플에 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날 오전 버크셔는 지난 1분기에 보유 중인 애플 주식을 1억1600만주(=보유 규모의 13%) 매도했으며 보유 지분 평가액이 1354억달러(약 185조원)로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4분기말의 애플 보유 지분 평가액(1743억달러) 대비 22% 급감한 금액인데, 애플 주가 하락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마침 이날 팀 쿡 애플 CEO도 버크셔 주총에 참석했기 때문에 버핏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질문이었습니다. 버핏은 막대한 투자 소득에 따른 세금 때문에 애플 주식을 팔았으며 애플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버핏은 최근의 매출 둔화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버크셔 주식 포트폴리오의 비중 1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버크셔는 애플 주식을 편입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할 경우 애플의 최대 주주입니다.

"중국에 투자 안하나요?"..."우리는 미국에 집중할 것"
5월 4일 주총에서 답변 중인 워런 버핏과 그렉 아벨 부회장/사진=CNBC방송 유튜브 캡처5월 4일 주총에서 답변 중인 워런 버핏과 그렉 아벨 부회장/사진=CNBC방송 유튜브 캡처
이번 버크셔 주총에는 유독 중국인들이 많이 참석했습니다. 한 중국인 주주가 버핏에게 "중국 전기차 회사 BYD외에 버크셔가 홍콩이나 중국 회사에 투자할 생각이 있는지"를 묻자, 중국인 주주들이 박수를 치기도 했습니다.

버핏이 "우리의 주요 투자는 항상 미국에 집중될 것입니다"라고 답변하자, 이번에는 미국인 주주들 사이에서 더 큰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버핏은 5년 전 일본 5대 종합상사 투자가 매력적인 투자였다고 말했지만, 버크셔의 규모를 고려할 때 외국 시장에서 충분한 주식을 매수하기 힘들다는 점을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이유로 들었습니다. 버핏은 "만약 정말 큰 투자를 하게 된다면 아마 미국일 확률이 아주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인공지능 사기가 다음 성장산업??
인공지능(AI)도 주요 화제였습니다. 이날 버핏이 받은 33개 질문 중 2개 이상이 AI에 관한 질문이었습니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미국도 사람의 역할이 AI에 의해서 얼마나 대체될지 우려와 관심이 큰 것 같았습니다.

버핏은 "나는 AI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I don't know anything about AI)"라고 말하면서도 AI가 핵폭탄에 비교될 만큼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최근 버핏은 부인과 딸도 속을 정도로 AI에 의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자신의 이미지와 음성을 봤다며 AI를 이용한 사기가 다음 '성장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버핏은 "AI가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주가, 매일 확인하지 마세요"…버핏이 추천한 책은
5월 4일 주총에서 설명 중인 워런 버핏/사진=CNBC방송 유튜브 캡처5월 4일 주총에서 설명 중인 워런 버핏/사진=CNBC방송 유튜브 캡처
이 밖에 버핏은 여러 가지 조언도 내놓았습니다. 먼저, "멍거가 쓴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은 3~4번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라며 인간의 행동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버핏 자신도 벤자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5~6번 읽었으며 매번 더 깊게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 있었다고 덧붙이면서요.

또 주주들에게 "여러분들이 매일 또는 매주 주가를 확인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매일 주가를 확인하는 사람들은 아예 주가를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수년 동안 벌어들인 돈을 벌지 못했습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버핏이 친절을 강조한 것도 눈에 뛰는 부분입니다. 버핏은 주주들에게 돈과는 상관없는 얘기지만, "(다른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세요(Be kind)"라고 말하며 "여러분이 친절해지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만약 여러분이 운이 좋았다면 다른 사람도 운이 좋도록 만들어보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버핏이 베푸는 삶, 나누는 삶을 강조한 것도 인상깊었습니다.

참, 이날 버핏의 승계 문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말하기 꺼리는 문제(elephant in the room)'였습니다. 작년 11월말 찰리 멍거 부회장이 타계했기 때문에 더 그랬습니다. 이 주제를 과감히 꺼낸 것도 버핏이었습니다. 버핏은 그렉 아벨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며 "자본배분도 그렉에게 맡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버핏은 Q&A 세션을 마무리 지으면서 "여러분이 내년에 다시 올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말한 후 "나 역시 내년에 올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장난스런 미소를 띠며 말했습니다. 내년에도 버핏의 지혜를 들을 수 있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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