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법 드라이브'전세계 팹 끌어들인 미국...제조능력 3배 키운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4.05.10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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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반도체 팹 용량 증가율 변화/그래픽=이지혜국가별 반도체 팹 용량 증가율 변화/그래픽=이지혜


미국이 강력한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시행으로 8년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현재의 3배로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동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의존도를 완화하겠다는 미국의 목표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의뢰해 보스턴컨설팅그룹이 9일 발표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 보고서는 2022~2032년 사이 미국의 반도체 제조능력 증가율을 203%로 추정했다. 칩스법 시행 후 10년 뒤를 예측한 것으로, 지금보다 제조능력이 3배 늘어난다. 같은 기간 전세계 평균 반도체 제조 성장률은 108%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도 2022년 10%에서 2032년 14%로 높아진다.



SIA는 칩스법이 미국의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R&D)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콕 집었다. 칩스법이 없었더라면 2032년에 미국에 반도체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8%로 줄어들 것이라 추산했다. 또 칩스법 시행 전인 2012~2022년 사이 미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 증가율이 11%에 그쳤다는 점도 강조했다.

칩스법은 미국이 반도체 제조능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기업들에 390억 달러 규모의 직접 보조금과 750억 달러 규모 대출과 대출 보증, 25% 세금 공제 등을 지원하는 법안이다. 미국이 칩스법을 발표 후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 인텔, 대만의 TSMC 등 3대 반도체 제조 기업들이 미국에 새로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은 올해부터 2032년까지 8년간 반도체 시설투자(캐팩스, CAPEX)에 6460억달러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전세계 반도체 산업 글로벌 캐팩스는 같은 기간 2조3000억달러로 관측된다. 미국이 28%로 대만(31%)에 이어 2번째로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나라다. SIA는 칩스법이 시행되지 않았더라면 같은 기간 미국의 투자 비중이 9%에 그쳤을 것이라 봤다.



SIA는 보고서에서 칩스법 이전과 시행 이후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투자 금액 등을 비교해 가정하며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거듭 요청했다. 칩스법에 따른 인센티브 기간을 연장·확대하고, R&D 추가 지원, 인재 육성 등이 그 방안이다. 존 뉴퍼 SIA 회장은 "칩스법이 강력한 첫 번째 단계"라면서도 "약속의 땅에 도달하려면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별 반도체 설비투자 비중/그래픽=이지혜국가별 반도체 설비투자 비중/그래픽=이지혜
반면 한국은 여전히 직접 돈을 푸는 반도체 보조금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 역시 직접 보조금 등을 통해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에 나선 것과 다른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과 관련 "재정여건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지원하겠다"면서도 "세액공제를 하면 또 보조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세제 지원, 규제 완화 등의 방식을 고수하면서 직접 보조금 지원 형태엔 회의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2024~2032년 사이 한국의 반도체 캐팩스 투자는 글로벌 전체 투자의 13%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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