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에 공기 찼다"…머스크의 첫 '두뇌 칩' 이식 실험 오작동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05.0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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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9일 세계 최초로 뉴럴링크의 컴퓨터 칩 '텔레파시'를 이식받은 사지마비 환자 놀란드 아르보 /사진=뉴럴링크 지난 1월 29일 세계 최초로 뉴럴링크의 컴퓨터 칩 '텔레파시'를 이식받은 사지마비 환자 놀란드 아르보 /사진=뉴럴링크


인류 최초로 인간의 두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실험 도중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두뇌에 칩을 이식한 첫 환자의 뇌 신호를 전송하는 데이터 양이 크게 줄어들었다 다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럴링크로부터 뇌에 칩을 이식받은 사지마비 환자 놀드 아르보의 칩 장치에 문제가 발생해 뇌에서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 규모가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뉴럴링크는 2016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5월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지 8개월 만에 생각만으로 컴퓨터, 휴대전화 등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임플란트를 아르보에게 심은 바 있다.

WSJ 소식통에 따르면 아르보의 뇌에 이식된 칩의 실(threads) 일부가 원래 자리에서 이탈하면서 일부 데이터가 손실됐다고 설명했다. WSJ은 "뉴럴링크 측에 해당 문제를 문의하자 자사 블로그를 통해 구체적인 상황을 공개했다"며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뉴럴링크는 이날 자사 블로그를 통해 칩 이식 몇 주 후 칩 연결부위에 문제가 생겨 뇌에서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줄었지만, 현재는 원래 수준으로 회복한 상태라고 밝혔다. 뉴럴링크는 "(칩 이식) 수술 후 몇 주 동안 수많은 실이 뇌에서 수축해 유효 전극 수가 줄었고, 이로 인해 BPS(초당 비트 수)가 감소했다"며 "우리는 뉴런(신경 세포) 신호에 더 민감하도록 기록 알고리즘을 수정해 원래 데이터 전송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BPS는 이식 환자의 컴퓨터 마우스 제어 속도와 정확성과 관련된 측정 지표다.

뉴럴링크는 미국 식품의약청(FDA) 임상시험 승인 8개월 만인 지난 1월 29일 세계 최초로 인간 두뇌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칩 '텔레파시'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텔레파시'는 25센트 동전 크기의 둥근 용기 안에 데이터 처리 칩과 배터리, 통신 장치 등이 장착됐고, 각각 16개의 전극이 달린 머리카락보다 가는 실 64개가 부착돼 있다. 1024개 전극이 달린 실의 끝부분이 두개골 아래 이식돼 BCI와 두뇌를 연결한다.

뉴럴링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T) 장치 /사진=뉴럴링크 홈페이지뉴럴링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T) 장치 /사진=뉴럴링크 홈페이지
뉴럴링크는 블로그에 뇌 칩 이식 관련 문제가 있었다고 확인하면서도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뉴럴링크 조사에 따르면 뇌 이식 수술 후 두개골 내부에 공기가 갇혀 발생한 '기두증(Pneumocephalus)'이 실을 원래 자리에서 벗어나게 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됐다"고 전했다. 기두증이 당장 아르보의 건강을 위협할 문제는 아니나 뉴럴링크 일부 관계자들은 이 질환으로 아르보 뇌에 이식된 칩을 제거해야 할 가능성도 언급했다고 WSJ은 부연했다.


뇌 이식 전문가들은 뉴럴링크의 칩이 뇌 조직 표면이 아닌 두개골 내부에 이식되기 때문에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워싱턴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인 에릭 로이타르트는 "엔지니어와 과학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는 뇌가 두개골 공간 내에서 얼마나 많이 움직이는지"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갑자기 움직이기만 해도 몇 ㎜의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이런 지적에도 뉴럴링크는 "현재 우리의 작업은 (마우스) 커서 제어 성능을 비장애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문자 입력 등 기능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이번 칩 오작동은 뉴럴링크가 더 많은 임상 시험 참여자를 모집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며 칩 이식 상용화 등 FDA의 승인 절차가 지연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앞서 외신은 해당 연구에 대한 부작용 등 안전성과 윤리 문제 논란이 여전한 만큼 뇌 칩 이식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킵 루드윅 전 미국 국립보건원 신경공학 프로그램 책임자는 상용화까지 긍정적으로 판단해도 10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5월 FDA로부터 인간 대상 임상 연구 승인을 받았고, 같은 해 9월부터 루게릭병 등으로 인한 사지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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