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적자 푸본현대생명, 취약한 킥스 비율 어쩌나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24.05.1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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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본현대생명 지급여력비율/그래픽=최헌정푸본현대생명 지급여력비율/그래픽=최헌정


푸본현대생명이 이중고에 빠졌다. 2년 연속 적자에 지급여력비율 개선도 풀어야 할 숙제다. 다른 보험사 대비 월등히 높은 퇴직연금 비중을 낮추는 등 상품 포트폴리오 개선이 시급한데 브랜드 파워와 채널 영향력 등에서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의 지난해말 기준 지급여력비율(킥스·K-ICS)이 경과조치(적용유예) 적용 전 기준으로 24%로 나타났다. 보험업계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다. 당장 보험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대규모 계약해지, 대재해 등 갑작스럽게 시장이 나빠졌을 때 자금을 지급할 여력이 24%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자금능력이 취약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킥스는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하에서 신지급여력비율로 일부 보험사는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경과조치를 신청했다. 킥스는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의 비율로 산출되는데 가용자본 감소와 요구자본 증가를 점진적으로 인식하면 제도 시행 초기 킥스비율의 급격한 하락을 막을 수 있다.

경과조치는 모든 보험회사에 공통 적용되는 것 외에 신고절차를 통해 선택 적용되는 조치가 있는데 푸본현대생명은 업계 유일하게 가용자본과 보험리스크, 주식리스크, 금리리스크 등 총 4개 항목 모두에 대해 경과조치를 선택했다. 이런 선택 적용은 최대 2033년까지 점진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경과조치를 받은 지난해 말 킥스 비율은 192%로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인 150%를 넘어선다.



경과조치가 없었다면 100% 미만으로 적기시정 조치 대상이 돼 제재를 받는다. 가령 지급여력비율이 50% 미만일 경우 점포 폐쇄와 통폐합, 임원교체 등이 적용되고 마이너스일 경우 영업정지, 영업 전부 또는 일부 양도 등의 제재가 떨어진다.

푸본현대생명 보험 종목별 수입보험료 비중/그래픽=최헌정푸본현대생명 보험 종목별 수입보험료 비중/그래픽=최헌정
푸본현대생명의 지난해 경과조치 적용 전 킥스비율은 △1분기 -1% △2분기 6% △3분기 5% △4분기 24%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킥스 비율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유상증자, 후순위채 발행 등 부단히 노력했다. 대주주인 대만 푸본생명은 2018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1조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했다. 푸본현대생명도 지난해 2680억원의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에 이어 올 3월에도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그런데도 지급여력비율 개선이 더딘 이유는 푸본현대생명의 상품 비중이 퇴직연금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보험 상품별 수입보험료 비중을 보면 퇴직연금을 포함한 특별계정의 비중이 △2021년 58.9% △2022년 53% △2023년 57.7%로 60%를 넘본다.


퇴직연금은 원금을 보장해 회계장부상 부채로 인식하고 부채 듀레이션(잔존만기)이 짧아 장기 채권을 위주로 운용하는 과정에서 자산 듀레이션과의 미스매칭이 발생한다. 지급여력비율을 높이려면 가용자본을 증가시키거나 요구자본을 축소해야 하는데 자산보다 부채 듀레이션이 짧기 때문에 가용자본이 줄어든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월 푸본현대생명의 무보증 후순위사채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단기간 내 자본적정성 지표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자본관리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등 또다시 하향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푸본현대생명은 2022년 2023년 각각 2109억원, 110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향후에도 대주주의 추가 자금확충 가능성이 있고 시장금리 하락시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 특히 IFRS17에 유리한 보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 개선이 빠르게 이뤄질 경우 단기간 내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최근 보험 영업 경쟁이 치열해진 점은 부담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최근 건강보험 등 보장성 상품 판매를 위해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확대 등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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