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팀장'을 사칭했던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씨(54)의 2021년 검거 당시 모습(왼쪽).박씨가 탈옥한 필리핀 소재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 전경(오른쪽). CCTV(폐쇄회로TV)가 단 한 대도 없는 곳으로 드러났다./사진제공=경찰청
9일 외교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필리핀 소재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 수감됐던 박씨와 신씨는 이달 1일(현지시간)에서 2일 새벽 사이에 탈옥했다. 이들은 불법고용과 인신매매 혐의 공범으로 기소돼 현지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지난해 11월 이곳으로 수감됐다.
'툭 하면 탈옥' 필리핀 도피범들…드라마로 재조명받기도
한국인 3명이 2016년 10월 숨진 채 발견된 필리핀 팜팡가주 앙헬레스 사탕수수밭 전경./사진제공=서울경찰청
A씨는 2016년 10월 필리핀 바콜로시 외곽의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남성 2명과 1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발견 당시 세 명 모두 머리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A씨는 사체가 발견된지 한달만에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2017년 3월에 탈주했다. 재차 검거됐지만 2019년 10월 탈옥했고 약 1년 후인 2020년 9월 현지 경찰에 검거됐다. A씨의 탈옥은 드라마 '카지노'로 재조명됐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지난해에도 국내에서 아내를 살해하고 필리핀으로 도주했던 강모씨(38)가 현지 교정시설에서 달아난 사례도 있다. 강씨는 지난해 1월 충남 서산에서 아내를 숨지게 하고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강씨는 출국 직전 아내 명의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
강씨는 지난해 1월말 필리핀에 입국한 뒤 한국 경찰과 공조로 체포돼 외국인 수용소에 수감됐다. 국내 강제 송환 직전 강씨는 외국인 수용소에서 탈옥했다. 그는 탈옥한지 8일만에 다시 붙잡혔다.
이곳 법을 악용해 국내 강제 송환을 피하는 '꼼수'도 여전하다. 필리핀 현지에서 죄를 짓고 형을 선고받으면 국내 송환이 지연된다는 점을 노려 '허위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필리핀 현지 교도소엔 한국인 80여명이 수감 중인데 이 중 과반수가 이같은 목적으로 경미한 사건을 고의로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보안 수준 낮은 필리핀 교도소…"공조 수사 강제력있는 국제 협약 논의해야"
(서울=뉴스1) = 경찰청은 쿠웨이트 경찰과 공조를 통해 인터폴 적색수배 된 '30억 사기' 수배범 A 씨를 지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강제송환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기사와 연관 없음. /사진=(서울=뉴스1)
실제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후 해외로 도피하는 주요국 중 한 곳인 필리핀은 교정시설 보안이 철저하지 않아 탈옥 사건이 자주 벌어진다. 그러나 한국 수사당국은 사법권이 없어 현지 당국에 '재발 방지와 협조 요청'을 하는 게 최선이다. 보이스피싱 총책 박씨도 CCTV(폐쇄회로TV)가 없는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탈옥했다. (관련 기사☞[단독]'김미영 팀장' 쥐도 새도 모르게 탈옥…필리핀 교도소 CCTV '0대'였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인터폴은 강제력이 없다. UN 등 기구에서 어느 정도 강제력이 있는 국제 공조 협약을 만들어야 이같은 해외 도피범을 수월하게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필리핀·태국·중국 같은 해외 도피범이 몰리는 국가의 경우 강제력이 있는 공조 협약을 맺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