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이런 논란은 공천과정부터 이미 예상됐다. '친명공천'으로 배지를 단 국회의원들이 민의보다 공천을 준 보스에게 충성할 수밖에 없어 결국 국회가 공공성의 규범보다 '다수 파벌의 전횡'(tyranny by majority faction)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았다.
이처럼 중립의무를 부정하고 당파성을 드러내는 것은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 아닌 '민주당 의원총회' 수준으로 격하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 의장이 당파성을 내세워 대립과 정치 양극화를 더욱 조장한다면 공공성과 민생은 실종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장이 중립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그렇다면 의원과 의장이 대변해야 할 '대표성'은 어떤 성격일까. 대표성은 학술적으로 대리인(delegate)과 수탁자(trustee) 모델이 경쟁한다. 전자는 대표자는 '대리인'에 머물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표는 수시로 국민의 대리인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후자는 국민으로부터 정치를 위탁받은 국민의 대표자는 단순한 대리인이 아닌 수탁자로서 국가의 전체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헌법이 규정한 의원과 의장의 대표성은 '대리인'보다 '수탁자'에 가깝다. 이는 국민이 대표자를 믿고 선출했기 때문에 대표자 스스로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 공공성을 위해 봉사자로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헌법 제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국회법 114조도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며 의원 자율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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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의원과 의장은 당론이나 당파성에 구속받지 않고 개인의 양심에 따라 자유로운 판단과 전문성으로 공공성과 민의에 공정하게 복무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회의장이 중립을 저버리고 특정 정파의 당파성을 대변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배치되는 위헌인 만큼 자제가 필요하다.(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