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3월 20일(현지시간) 가자 지구 전쟁 발발 이후 6번째로 중동 순방 중 제다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약 169㎞ 길이의 초고층 쌍둥이 빌딩숲에 900만명을 수용하겠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도시 네옴. '빈 살만의 피라미드'에 비유되는 세계 최대 공사 현장이 치솟는 비용과 건설 결함에 추진력을 잃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검토한 네옴 문서에 따르면 '더 라인'(The Line) 프로젝트로 명명된 네옴시티는 공식 비용 추정치만 5000억 달러로 사우디 국부펀드 가치의 절반에 달한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 전문가들은 이 비용이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며 실제로는 그 4배인 2조달러(약 2700조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네옴시티 도시계획
최근 몇 달 동안 사우디 왕국은 라인의 첫 번째 단계를 기존 계획의 16㎞에서 2.4㎞로 축소해 2030년까지 짓기로 수정했다. 그러나 축소된 첫 단계 공사조차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60개 이상에 해당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NEOM CITY)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THE LINE)’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해 현장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톰 메인은 길이가 100마일(160㎞), 너비가 1.2마일(또는 2㎞)에 건물이 땅 전체에 펼쳐져 있는 도시를 구상했으나 빈 살만 왕세자는 두 개의 초고층 타워들이 선형으로 길게 이어지는 컨셉을 주문했다. 2021년 네옴 내부 문서에 따르면 연면적은 70억 평방피트가 넘는데 이는 뉴욕시의 모든 건물을 합친 것보다 29% 더 크고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2000개가 넘는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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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거대한 선형도시는 수천 년에 걸친 인류의 도시개발 방식과 상반된다. 도시는 중심부에서 원형으로 외곽까지 확장되는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MIT 건축학과 교수 존 페르난데즈는 WSJ에 "도시가 설립되고 성장하는 방식의 전체 역사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네옴 시티 서울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선 네오시티 프로젝트가 브라질리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는 현대사에서 가장 거대한 계획 도시 중 하나로, 1950년대 후반 건설 당시 브라질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줬다. 완공 후엔 생명력 없는 거리와 시민의 도보권을 무시한 콘크리트 덩어리라는 혹평을 들어 계획한 인구 50만명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건설 노동자들을 위해 처음 건설된 위성도시에 더 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