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원에 초등학생 '무제한' 치아 관리…"정부 지원 확대됐으면"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5.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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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용덕 대한구강보건협회 회장

지난 7일 서울대치과병원 지하에 위치한 대한구강보건협회 사무실에서 박용덕 회장이 협회 활동 사항과 최근 성료한 '튼튼이 마라톤 대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지난 7일 서울대치과병원 지하에 위치한 대한구강보건협회 사무실에서 박용덕 회장이 협회 활동 사항과 최근 성료한 '튼튼이 마라톤 대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뚝섬 수변 무대에서 열린 '제1회 튼튼이 마라톤 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4500여명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이날 마라톤 대회는 단순한 건강 증진이 아닌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초등학생 치과 의사 주치의' 사업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행사를 주최한 대한구강보건협회(이하 구보협) 박용덕 회장은 "건강한 치아의 중요성을 홍보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다 가정의 달에 맞춰 온 가족이 참가하는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보협은 1967년 창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전국 16개 시도 지부에 7000여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다. 다른 의료단체와 달리 구강보건법 제19조에 "구강 보건 교육 및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대한구강보건협회를 둔다"고 명시된 '법정단체'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가 회원의 '권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과 다르게 구보협은 모든 활동에 '공익'을 추구한다. 지난 57년간 표어, 포스터, 사진, 동영상 공모 등 대국민 캠패인을 전개해 구강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매년 6월 9일 열리는 '구강보건의 날'을 공동으로 주관하는 곳도 바로 이 협회다.



박 회장을 비롯해 70여명의 이사진은 모두 무급으로 활동한다. 회원들에게 회비를 걷지 않고, 기업 후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협회 사무를 보고 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마라톤 대회도 필립스, 신흥, 동아제약 등 기업의 참여와 도움이 없었다면 개최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박 회장은 "보건복지부가 후원을 거절할 때는 정말 암담했다"면서 "다행히 기업의 물품 후원과 치과 의사, 간호조무사협회, 신한대 학생들이 자원봉사에 나서준 덕분에 행사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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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뚝섬 수변무대에서 열린 '제1회 튼튼이 마라톤 대회'에서 대한구강보건협회 박용덕 회장(사진 가운데)와 이사진이 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한구강보건협회지난달 28일 서울 뚝섬 수변무대에서 열린 '제1회 튼튼이 마라톤 대회'에서 대한구강보건협회 박용덕 회장(사진 가운데)와 이사진이 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한구강보건협회
구보협은 지난해 구강보건법에 '초등학생 치과 주치의 사업'이 신설돼 본격 시행된 뒤로는 어린이 치아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매진하고 있다. 평균 4만원만 내면 △구강검진 △구강 보건교육(칫솔질, 치실질, 식습관 등) △불소도포 △치아 홈 메우기(실런트) 등을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는 사업이다. 지난해 1차 시범사업이 서울과 경기도에서 진행된 데 이어 올해 2차로 서울, 경기도를 포함해 7곳의 지자체가 선정됐다.

박용덕 회장은 "초등학생 치과 주치의 사업은 예방 치의학 분야에서 하나의 획을 긋는 중요 아젠다(과제)"라며 "구강 건강은 아프기 전에 예방·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어릴 때 충치·치주질환을 관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평생 건강한 치아를 얻고 나아가 전신 건강을 지키는데도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보협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홍보하고 각 치과에 참가를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박 회장은 토로했다. 코로나19(COVID-19)를 거치며 기업 후원금도 급감해 최근에는 사무직원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이는 등 운영난이 더 심해졌다. 사회공헌을 앞세워 치과의사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치아 홈 메우기의 경우 환자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 지원금을 더하면 한 개에 3만원가량으로 주치의 사업에 참여하는 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훨씬 손해다.

박 회장은 "어린아이는 치과 진료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만큼 보건복지부가 지원을 더 확대했으면 한다"며 "초등학생 치과 주치의 사업 중 일부라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 인센티브를 줘야 참여하는 의료기관도 웃고, 아이들도 더 크게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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