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바닥 찍고 반등? 게임주 상승에도 증권가는 '글쎄'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4.05.0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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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주가 하락이 이어졌던 주요 게임주들이 최근 반등을 시작하면서 바닥을 지났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과도한 하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은 유효하지만 국내 게임산업이 구조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투자에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오전 11시40분 기준 게임 대장주인 크래프톤 (258,000원 ▼500 -0.19%)은 코스피 시장에서 전일 대비 3500원(1.36%) 오른 26만1000원에 거래됐다. 장중 최고 26만55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고점 대비 약 14% 조정을 받으면서 우려를 키웠지만 4월 중순 이후 다시 반등해 낙폭을 모두 만회했다.



이날 엔씨소프트 (216,500원 ▲1,000 +0.46%)는 전일 대비 500원(0.27%) 오른 18만2600원에 거래됐다. 코스닥 게임 대장주인 펄어비스 (40,050원 ▲200 +0.50%) 역시 1%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데브시스터즈 (56,300원 ▲200 +0.36%)는 5%대 상승 중이고 이스트소프트 (27,600원 ▼850 -2.99%), 넥슨게임즈 (14,160원 ▼40 -0.28%), 플레이위드 (6,710원 ▲400 +6.34%), 룽투코리아 (1,597원 ▼13 -0.81%), 넷마블 (65,700원 ▲2,000 +3.14%) 등은 2~3%대 강세다.

크래프톤을 제외하고 대부분 주요 게임주들은 올해도 약세가 이어졌지만 지난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장기간 주가 하락으로 인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부각된 가운데 종목 순환매에 따른 수급 유입과 하반기 신작 기대감 등이 더해지며 한 달 사이 10~20%대 반등을 보였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19일 16만3600원으로 저점을 찍은 이후 이날까지 약 12% 반등했다. 펄어비스는 지난달 16일 저점(2만6600원) 대비 약 24% 상승했다. 넥슨게임즈,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등도 마찬가지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는 현금성자산 2조1000억원을 포함해 유동자산이 3조5000억원 이상으로 시가총액(현재 약 4조원)이 청산가치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작은 호재에도 급등할 수 있는 주가 레벨"이라고 분석했다.

엔씨소프트의 현재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03배로 기업가치가 청산가치와 유사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통상 성장주로 분류되는 게임주에는 높은 밸류에이션이 적용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저평가 국면으로 볼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PBR는 1.26배다. 컴투스의 PBR는 0.43배로 청산가치보다 떨어진다.


5월 이후 출시되는 신작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넷마블은 이달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레이븐2'를 선보이고 카카오게임즈는 '에버소울'을 일본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넥슨은 중국 국민 게임으로 통하는 던전앤파이터 IP(지적재산권)의 모바일 버전인 '던파 모바일'을 중국에서 정식 서비스한다.

관건은 신작 게임의 흥행 여부다. 흥행에 성공한다면 실적과 주가 모두 바닥을 통과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장기간 주가 부진에 빠질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구조적 요인에 의해 국내 게임산업의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용자들의 게임 취향 변화와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IP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인의 집중력이 갈수록 저하되면서 장기간 몰입해야 하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보다는 방치형 게임의 인기가 높아지고 게임을 즐기는 연력대가 낮아질수록 이런 경향은 강해진다. '린저씨'(리니지류 게임을 즐기는 과금 이용자)의 영향력이 갈수록 낮아지는 셈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 동안 국내 게임사들은 과거 온라인게임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제작으로 흥행 가능성을 높여 왔는데 이제는 과거 IP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IP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게임사들의 전반적인 흥행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이는 낮은 이익 모멘텀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른 게임주와는 달리 크래프톤은 지난해부터 차별적인 주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주가는 약 40% 상승했고 지난해 10월 저점 대비로는 78% 반등했다. 크래프톤이 보유한 강력한 IP인 배틀그라운드 덕분인데 최근 게임 트렌드를 감안하면 안정적인 주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정 연구원은 "올드 프랜차이즈 게임들의 흥행이 장기화하는 추세가 확인되고 있으며 크래프톤 또한 PUBG(배틀그라운드)의 안정적인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며 "PUBG의 자리를 위협할만한 경쟁 타이틀이 출시되고 있지 않은 만큼 앞으로도 이런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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