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이가 '임시 보호자'인 이영민씨를 바라보는 눈빛. 그것만 보아도 안다. 얼마나 믿고 있는지. 만지는 걸 좋아하는 애교쟁이, 하루이틀이면 훈련도 척척 배우는 똑똑이. 그걸 다 꺼내어준 사람, 영민씨. 하마터면 유기동물 보호소로 돌아가 이런 모습이 있는지도 모른 채, 안락사가 될 뻔했다./사진=호밀이 임시보호자 이영민씨 제공
"호밀아, 예쁜 옷 입고 사진 잘 찍어야지. 좋은 가족 꼭 만나야 하니까."
'죽을 날'이 정해져 있었다. 안락사 예정일이 지난해 12월 20일이었다. 은은한 가을 갈대, 아니면 호밀밭을 닮은 털빛이라 '호밀이'라 부른 강아지. 걸을 때마다 호밀이 흔들리는 듯하여 이름 참 잘 지었다고 했던, 호밀이. 두 살은 아무래도 떠나기엔 너무 이른 나이였다.
살고 싶어서, 예쁜 옷을 입고 용기를 내어 사진까지 찍었던 강아지 호밀이. 정읍 유기동물 보호소에 있을 때 모습./사진=동물보호단체 비마이독 SNS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입양한 가정에서, 호밀이를 품을 수 없게 됐단 연락이 왔다. 이미 그 집에 있던 첫째 강아지가 질투가 심해, 함께 지내기 어렵다고 했다. 보호자는 맘이 아프다며, 더 늦기 전에 호밀이 가족을 찾아주고 싶다고 했다.
호밀이는 다시 평생 가족을 찾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별수 없이 다시 '유기동물 보호소'로 가야 했다. 또 다시 안락사를 당할 위험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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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아닌 '임시보호'로, 호밀이를 데리고 왔다
임시보호를 하는 첫날, 영민씨 집에 온 호밀이. 긴장한 표정. 그러면서도 만져달라고 기대던 강아지였다./사진=호밀이 임시보호자 이영민씨
"호밀이 눈이 되게 예뻤어요. 불쌍했어요. 어떻게든 데려와야겠다 생각했어요. 사진도 열심히 찍어주고, 홍보도 부지런히 해주고요. 보호소로 다시 가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싶었어요."
호밀이가 다시 보호소로 가야 한단 게 속상했던 날. 영민씨 말대로 뭔가 미쳤었던 것 같았던 날. 유독 마음이 가고 또 가서 계속 사진을 보게 되었던 날.
그래서 영민씨는 '임시 보호'를 하기로 결심했다. 호밀이가 좋은 가족을 만날 때까지, 함께 살며 단단히 준비시켜주는 귀한 일. 안락사 위험이 있는 보호소보단, 아무래도 집이 더 나을 거라고, 반복해서 다짐한 거였다.
첫날 밤…자꾸 만져달라던 작고 애달픈 존재
버려지고 파양당했어도 여전히 만져달라고 하던 작은 존재. 얼마나 사랑이 그리웠을지 싶어서, 영민씨는 맘이 아팠단다./사진=호밀이 임시보호자 이영민씨
호밀이가 오기 2~3일 전날, 영민씨는 유튜브 영상을 밤새 봤다. 처음에 어떻게 적응하게 해줄지 공부한 거였다. 일주일 정도는 같은 침실에 있는 게 좋다고, 식사량은 직접 주는 게 낫다고, 애착 관계는 이리 만들어야 한다고, 걱정하던 만큼 호밀이를 배우려 했다. '알면 사랑한다'는 말도 있으니.
곤히 잠든 호밀이 뒷모습./사진=호밀이 임시보호자 이영민씨
"계속 불안했나 봐요. 첫날 밤엔 자꾸 만져달라고 하는 거예요. 손으로 만져주면 천사처럼 웃고요. 맘이 아팠어요. 그동안 얼마나, 사랑이 손길이 고팠던 걸까 싶어서요."
좋은 꿈을 꾸었기를. 깨면 그보다는 더 좋은 삶이기를./사진=호밀이 임시보호자 이영민씨
금세 정이 들었다. 분리 불안이 올까 염려해 더 많이 만져 주고픈 걸 참았는데, 분리 불안은 영민씨가 올 지경이었다고. 빨리 퇴근하고 호밀이를 보고 싶어서.
이틀이면 배우는 똑똑이에 애교쟁이…호밀이를 자세히 알게됐다
누나의 품에 안겨 양재천서 꽃구경을 하는 호밀이. 봄날을 알게 되었다, 임시보호를 해준 사람 덕분에./사진=호밀이 임시보호자 이영민씨
처음엔 산책을 무서워했다. 목줄하고 옷을 입히니 굳어버렸다. 현관문을 여니 꼼짝도 안 했다. 트라우마가 생길까 싶어 억지로 이끌진 않았다.
이리 활짝 웃을 수 있는 개란 것도 알게 되었다./사진=호밀이 임시보호자 이영민씨
카페에서 호밀이를 꼭 안고 사진 찍은 영민씨. 뒤쪽에 사람들이 웃으며 부러워하고 있다./사진=호밀이 임시보호자 이영민씨
그리 영민씨는 호밀이를 자세히 배워갔다. 소소한 것까지 알게 됐단 것. 그 덕분에 어떤 가족이 호밀이에게 좋을지 알 수 있게 된 거였다.
제 앞발바닥 지문 좀 봐주세요. 곧 좋은 가족 만날 '앞발금' 아닌가여./사진=호밀이 임시보호자 이영민씨
우리 호밀이는요, 친구들이랑도 이리 매너 있게 잘 지내고요. /사진=호밀이 임시보호자 이영민씨
누나는 늘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호밀이를 좋은 가족에게 보낼 수 있을지. 이 작은 존재 안의 많은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이를 찾아줄지./사진=호밀이 임시보호자 이영민씨
※ 우리 호밀이의 평생 가족을 기다립니다(자랑 시간)
눈이 부셔도 누나를 이리 잘 바라보는 강아지, 호밀이. 예쁘지요./사진=호밀이 임시보호자 이영민씨
우리 호밀이는요. 똑똑해서 하루 이틀이면 학습도 잘해요. 개인기보단 앉아, 기다려, 이런 게 잘 되는 아이고요. 분리 불안도 없어서 홈캠을 보면 누나 없이 혼자 있을 때도 잘 자요. 퇴근할 무렵엔 신기하게 앉아서 기다리고요. 그러다 또 자고 또 기다려요. 집에 가면 엄청 반겨요. 신이 나서 점프하고요. 진정하고 앉아 있을 때 예뻐해 주었습니다. 보호자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아요.
헤헤. 산책하다 활짝 웃기도 하고요./사진=호밀이 임시보호자 이영민씨
우리 호밀이의 좋은 가족이 되어주실 분은, 카카오톡 채널 '비마이독(BEMYDOG)'을 추가해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호밀이의 좋은 가족이 되어주실 분은, 카카오톡 채널 '비마이독(BEMYDOG)'을 추가해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핌피바이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