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구조조정 임박' 건설사·2금융권, 집값 호황기때 26조 벌었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창섭 기자 2024.05.0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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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조정 앞둔 건설사와 금융권의 과거 순이익 추이/그래픽=조수아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조정 앞둔 건설사와 금융권의 과거 순이익 추이/그래픽=조수아


부동산 경기 활황기인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도급순위 20위권 건설사와 저축은행, 캐피탈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이 총 26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곧 발표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조정 방안에 건설업계와 2금융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으나 그간 벌어들인 이익을 감안할 때 손실 흡수능력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도급순위 20권의 건설사들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벌어들인 순이익은 16조9166억원으로 17조원에 육박한다. 부동산 경기가 본격적인 활황을 보인 2020년 4조2272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집값이 정점에 달한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5조원 넘는 순익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도급순위 16위 태영건설이 1조6000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냈음에도 상위권 건설사들의 순이익은 2조원을 웃돌았다.



부동산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도 같은 기간 10조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저축은행 4조3225억원, 캐피탈사 5조3000억원이다. 캐피탈사들은 매년 1조원 넘는 순이익을 달성했으며 저축은행은 집값이 정점에 달한 2021년 1조954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부동산 PF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돼 전체 여신의 20% 이내로만 PF 대출 취급이 가능했다. 하지만 부동산 초호황기에 이익을 내기 위해 토지담보대출(토담대) 늘리는 식으로 규제를 우회했다. 토담대를 한때 20조원 가까이 늘린 것도 여신 한도와 충당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호황기인 2020년 이후 건설사와 저축은행, 캐피탈사들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총 26조5396억원에 달한다. 이들 업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 "호황기에 벌어들인 이익은 빼고 경기 순환기에 리스크(위험)·손실 회피만 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거시금융·경제정책 총괄 모임인 F4 회의에서 최근 업계의 '리스크 회피' 분위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캠코(자산관리공사)를 통해 수조원 규모의 PF 부실 사업장(채권) 인수를 추진 중이지만 일각에선 '도덕적 해이' 논란도 불거진다. 호황기 막대한 이익은 건설사나 금융회사가 챙기고 위기시 거액의 손실은 정부가 떠안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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