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거위" 치열한 글로벌 신약 경쟁…K-바이오 어디까지 왔나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정기종 기자 2024.05.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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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위고비·레켐비 우린 왜 못쓰나④. 끝.

편집자주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 맞는 비만치료제다. 해외에서 '없어서 못 판다'고 할 정도로 인기다. 옆 나라 일본도 정식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다. 언제 출시할지도 알 수 없다. 치매신약 레켐비는 아직 국내에서 허가도 받지 못했다. 치료제 도입은 환자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치료제의 수급과 약가 문제, 규제기관의 역할 등 혁신신약의 국내 출시가 늦는 이유를 살펴보자.

비만 및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 전망, 국내 주요 개발 기업/그래픽=윤선정비만 및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 전망, 국내 주요 개발 기업/그래픽=윤선정


"100조원 시장을 잡아라."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30년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식습관 등 영향으로 비만 인구는 갈수록 늘고, 건강과 미용 목적으로 체중을 줄이려는 욕구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미국 성인 중 비만 인구는 42.4%, 과체중은 30.7%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이 거대한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점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허가를 받은 '젭바운드'(일라이릴리)와 '위고비'(노보노디스크)가 폭발적 인기를 끌며 기업가치가 폭등했다. 특히 일라이릴리의 시가총액은 7000억달러(약 980조원)를 돌파하며 테슬라 등 쟁쟁한 기업을 줄줄이 제쳤다.



비만치료제 대세 GLP-1는 만병통치약?…K-바이오도 도전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허가받은 비만 치료제는 장내 호르몬의 일종인 'GLP-1'(Glucagon-like peptide-1,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로 확장성이 뛰어나다. 원래 당뇨 치료제로 먼저 개발된 약물인데다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과 심부전증, 수면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 효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경이다.

비만 치료제 시장을 뺏으려는 후발주자의 도전도 잇따른다. 전 세계에서 비만 치료제로 개발하는 파이프라인은 100개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사 투여 주기를 늘린 제품이나 경구형(먹는) 의약품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의 임상 연구가 한창이다. 이 같은 치열한 신약 개발 경쟁이 비만 치료제 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도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미약품 (324,500원 ▲2,500 +0.78%)은 국내 기업 중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연구에서 가장 앞섰단 평가를 받는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먹는 비만 치료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65,700원 ▲400 +0.61%)의 미국 자회사 뉴로보파마슈티컬스는 GLP-1과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 작용해 식욕 억제에 기초대사량 증가 효과를 더한 기전의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대원제약 (15,030원 ▼230 -1.51%)디앤디파마텍 (34,750원 ▲1,750 +5.30%)은 각각 패치제, 경구제로 제형을 변경한 비만 치료제를 연구한다.

유한양행 (77,400원 ▲3,400 +4.59%)올릭스 (14,820원 ▼360 -2.37%), 뉴로바이오젠 등은 GLP-1 계열이 아닌 독자적인 기전의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GDF15'를 표적하는 'YH34160' 전임상에서 위고비 대비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올릭스의 'OLX702A'는 식욕을 억제하는 GLP-1 계열 약물과 달리 에너지 대사를 늘려 체중을 감량하는 비만 치료제다. 현재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뉴로바이오젠은 새로운 기전의 경구형 비만 치료제 'KDS2010'의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치매 신약 레켐비가 뇌질환 극복 앞당길 것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해 지난해 미국 FDA의 정식허가를 받은 치매 신약 '레켐비'는 뇌질환 치료제 시장의 개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에 힘입어 처방이 확대되고 있다. 레켐비를 통해 뇌질환도 정복 가능한 영역이란 인식이 확산하며 치료제 개발 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 세계적인 고령화에 따라 치매와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 환자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10%, 85세 이상 인구의 40%가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 환자 수는 2015년 약 5000만명에서 2050년 1억3000만명 이상으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0년 20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선 젬백스앤카엘이 레켐비와 같은 방식으로 치매를 치료하는 'GV1001'의 임상 2상에 진입했다. 아리바이오는 주사제가 아닌 경구형 치매 치료제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11개 국가에서 1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허가 임상으로 관심이 크다. 에이비엘바이오 (25,200원 ▲600 +2.44%)카이노스메드 (4,340원 ▼25 -0.57%) 등도 뇌질환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현재 허가받은 치매 치료제는 효능은 좋지만 적지 않은 부작용이 한계로 꼽힌다"며 "AR1001은 현재까지 진행된 임상에서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이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국내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이 이중항체와 ADC(항체약물접합체) 등 차세대 항암제 파이프라인의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1조원 이상의 대규모 글로벌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경쟁력을 확인했다.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국내 출시에 이어 올해 미국 품목허가를 노린다.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 대표는 "최근 자체 임상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도출하거나 글로벌 대규모 기술이전에 성공한 국내 바이오 기업은 어느 정도 R&D(연구개발) 역량과 신약 개발 가능성을 갖춘 기업이 적지 않다"며 "그동안 국내 바이오가 눈에 띄는 개발 성과를 내지 못해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측면이 있는데 투자와 연구개발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토종 혁신신약 개발이란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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