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PF 대출액 중 브릿지론 비중 추정액/그래픽=이지혜
저축은행 부동산 PF 익스포져/그래픽=이지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일 오전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조정을 지연하는 것은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신속하고 질서 있는 연착륙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사업성 재평가 발표 시점을 "이달 초"라고 공식 확인했다.
금융사는 PF사업장을 양호-보통-악화우려 등 3단계로 분류해 왔는데 사업성 평가 기준이 바뀌면 '회수의문' 단계가 추가된다. 회수의문 단계의 사업장은 대출액의 75% 이상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종전 대비 2배 넘는다. 충당금 부담이 대폭 늘어난 만큼 금융회사들은 부실 사업장을 경공매로 처분하거나 재구조화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3600곳 사업장의 '살생부'가 사실상 정해진 게 아니냐는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저축은행 브릿지론의 약 71%는 1회 이상 만기연장을 했으며 이중 2회 연장은 23%, 3회 12%(나이스신용평가 기준)에 달한다. 최악의 경우 저축은행 브릿지론 3조9000억원 가운데 1조원 이상 손실이 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저축은행, 캐피탈, 증권사가 취급한 브릿지론은 약 30조원으로 전체 PF의 약 20% 이내일 것으로 추정된다. 업권별로 토담대가 많은 저축은행의 브릿지론 비중은 54%로 절반 이상이고 캐피탈 36%, 증권사 24% 수준이다. 은행과 보험사는 브릿지론을 취급하지 않아 타격이 없다.
금융당국은 브릿지론과 유사한 토담대와 공식 통계에서 빠진 새마을금고 브릿지론도 이번 재평가 대상에 넣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시행사와 후순위 2금융권 중심으로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건설사는 브릿지론 보증 규모가 미미해 일각의 우려와 달리 거액의 배상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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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브릿지론 단계에서 사업 진척이 없는 부실 사업장 위주로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며 "경공매를 통해 땅 주인이 바뀌고 가격이 40% 이하로 조정되면 신규 자금이 투입되는 등 선순환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