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의 위기' 현실로…번호이동 유입, 확 줄었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4.05.0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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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통3사→알뜰폰' 순증 2만건…1월比 74.2%↓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에서 직원들이 핸드폰 진열대를 소독 및 정리하고 있다. 2020.11.9/사진제공=뉴스1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에서 직원들이 핸드폰 진열대를 소독 및 정리하고 있다. 2020.11.9/사진제공=뉴스1


알뜰폰(MVNO) 시장의 한파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의 '단말기유통법' 폐지와 이통3사 중심의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시행, 번호이동 수수료 증액 등의 여파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올 4월 알뜰폰의 번호이동 순증 규모는 2만15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통3사→알뜰폰' 회선 수에서 '알뜰폰→이통3사'를 제외한 숫자다.



올 1월 알뜰폰의 번호이동 순증 회선이 7만806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3월(4만5371건)과 비교해도 반토막 났다.

그간 알뜰폰에 가입자를 빼앗겨 왔던 이통3사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SK텔레콤 (51,800원 ▼200 -0.38%)의 번호이동 순감 규모는 1월 3만2331건에서 4월 8518건이 됐고, 같은 기간 KT (37,250원 ▼450 -1.19%)의 순감 규모도 '2만7529건→1만539건', LG유플러스 (9,910원 ▼20 -0.20%)는 '1만8200건→1101건'으로 감소했다.



이동통신 시장 포화로 신규 가입자가 좀처럼 늘지 않는 만큼, 번호이동 증감은 이통사 간 경쟁의 주요 무대였다. 특히 5G가 주력인 3사와 달리 알뜰폰은 비교적 저렴한 LTE 요금제를 내세워 가입자를 늘려왔다. 올 2월 기준 알뜰폰의 휴대폰 회선 수는 약 897만 회선으로, 현 추세라면 1000만 돌파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이 그간 통신비 인하의 주역이었던 알뜰폰에는 오히려 부담이 됐다. 이동통신3사가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한 정책이 대표적이다. 또 이통3사의 단말기 보조금 증액을 유도하는 단통법 폐지가 22대 국회에서 통과되면, 소비자가 알뜰폰 대신 지원금을 더 주는 이통3사를 선택할 가능성은 한층 커진다.

제4이동통신사도 알뜰폰에는 위협적이다. 기존 알뜰폰 사업자였던 스테이지파이브는 4이통사 스테이지엑스를 주도하며, 5G 28GHz 주파수 서비스와 함께 '파격 요금제'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기존 이통3사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제시한 만큼, 알뜰폰에는 무시하지 못할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할 전망이다.


눈앞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이슈마저 등장했다. KTOA는 그간 이통사에 부과하던 '90일 이내 번호이동 시 수수료'를 이달부터 알뜰폰에도 건당 2800원씩 부과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 고객은 각종 결합상품과 선택약정 등으로 번호이동까지 오래 걸리지만, 알뜰폰은 무약정 가입자가 많아 번호이동도 잦다"며 "KTOA 수수료 증액은 사실상 알뜰폰을 겨냥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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