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점령한 뉴진스·아이브…"저 사람처럼 될래" 지갑 여는 일본인들

머니투데이 도쿄(일본)=하수민 기자 2024.05.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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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to'K'yo-일본 한 가운데 깃발 꽂은 K-브랜드 (下)

편집자주 콘텐츠·패션·음식 등 한국의 라이프 스타일을 그대로 향유하는 형태의 신한류가 등장했다.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음식을 시켜 먹고 화장품을 바르는 식이다. 문화강국으로 꼽히는 일본, 그중에서도 글로벌 도시 도쿄 한 가운데서 신한류 기세를 이어 나가기 위해 깃발을 꽂은 K-브랜드를 조명한다.

"입소문 난 화장품, 뒤집어보면 한국산"…K뷰티 키우는 일본 앳코스메
@COSME tokyo 매장 마련된 한국 뷰티브랜드 'BBIA' 팝업존. /사진=하수민기자@COSME tokyo 매장 마련된 한국 뷰티브랜드 'BBIA' 팝업존. /사진=하수민기자


"훌륭한 퀄리티를 갖춘 데다가 트렌드를 아주 빠르게 반영한다는 점이 K-뷰티의 장점입니다."

뷰티 강국 일본에서도 대표 뷰티 플랫폼인 '@cosme (앳코스메)'가 한국 중소 뷰티 브랜드 육성에 나서는 배경에 대한 설명이다. 앳코스메의 모회사 아이스타일의 이시이 부컴퍼니장은 "이전에는 한국 유명 로드샵을 찾아가 '한국 제품이라서 구매한다'는 팬덤 소비가 주였다면, 현재는 '입소문템'으로 유명한 제품을 뒤집어보면 'made in Korea'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점포 전반을 관리하는 이시이 부컴퍼니장은 지난 한 해 동안 한국 브랜드들의 매출 상승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점포 관리를 하다 보면 브랜드 매출 순위를 눈여겨볼 수 밖에 없다"면서 "지난 한 해 앳코스메 도쿄점의 매출 순위를 정리해봤을 때 티르티르, 이니스프리, 롬앤, VT, 힌스, 라네즈 등 매출 상위 5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한국 브랜드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 내 한국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이어지자 아이스타일은 K-뷰티 브랜드를 육성하는 인큐베이팅 사업에까지 나섰다. 일본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국내 중소 브랜드들의 경우 큐텐재팬(Qoo10)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에서 화장품을 직접 살펴보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일본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노리는 해외 뷰티 브랜드들은 앳코스메, 로프트 등 주요 오프라인 매장에 제품을 입점시키는 것을 목표로 잡는다.



엣코스메 모회사 아이스타일에서 리테일 점포 컴퍼니장을 맡고있는 이시이씨가 아이스타일 조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하수민기자엣코스메 모회사 아이스타일에서 리테일 점포 컴퍼니장을 맡고있는 이시이씨가 아이스타일 조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하수민기자
제품력 있는 한국 브랜드가 정식으로 일본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해 마케팅과 오프라인 채널 전략을 이끌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아이스타일의 목표다. 아이스타일은 이를 위해 지난해 한국 뷰티 플랫폼 '글로우픽'을 운영하는 글로우데이즈를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또 K-뷰티 테스크포스팀(TFT)을 만들고 K-뷰티 브랜드들의 일본 시장 안착을 위한 마케팅 밸류체인을 구축해왔다.

앳코스메 관계자는 "한국 중소기업의 경우 일본에 접점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일본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낮다"며 "아이스타일이 글로우데이즈를 인수하면서 한국 브랜드들이 일본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일본 첫 상륙 K-뷰티 특집'을 주제로 한 매장 캠페인이다. 앳코스메 도쿄매장에서는 △헤어케어 브랜드 '나르카' △ 큐텐 트렌드 어워드 2023을 수상한 스킨케어 브랜드인 '코페르' △ 무신사가 지난해 출시한 메이크업 브랜드 '오드타입'를 지난달 30일까지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매장 중심에 매대가 놓여져 있으며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게 테스터가 구비됐다.


이시이 부컴퍼니장은 "앳코스메에서는 제품에 대한 정보가치, 체험 가치를 모두 제공하려고 한다"면서 "스태프가 POP(손글씨)로 제품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는 설명을 써놓는 등 정보가치를 높이고 체험할 수 있는 팝업 전용공간을 만들어서 체험해보는 가치도 강조하는 등 두 가지 주축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 구매에 실패하고 싶지 않은 성향이 있는 일본 고객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리뷰를 참고해서 본인한테 맞는지 신중하게 고민한다"며 "이런 성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매장을 꾸려나가는 노하우가 있다 보니 한국 제품들의 일본 시장 안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 연예인 보며 "나도 저렇게 살래"…'내수 특화' 일본이 변했다
도쿄 시내에서 발견한 K-POP 스타 이미지. /사진=하수민기자 도쿄 시내에서 발견한 K-POP 스타 이미지. /사진=하수민기자
뉴진스, 라이즈, 아이브, 트와이스, 잇지…

K-POP 스타를 앞세운 브랜드를 도쿄 도심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일본 대형 잡화점에는 한국 문구와 화장품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행사가 한창이고 2층 규모의 국내 패션 편집숍 에이랜드에는 한국풍 패션을 찾기 위한 일본 고객들의 발걸음이 4년간 끊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던 내수 특화 시장 일본이 한국 브랜드에 마음을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대형 잡화점 로프트에서 펀펀서울(FunFun Seoul)을 기획한 데 이어 KOSME(K+cosme·한국 뷰티)페스티벌을 기획한 나카가와 마리코씨를 만나 일본 소비 현상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다. 마리코씨는 "MZ 세대에서 한국 연예인 문화가 주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이 세대의 소비자가 패션, 뷰티 등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름에 따라 일본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이에 아마존, 큐텐 등 온라인을 통해 이미 인기가 확인된 한국 브랜드를 오프라인 팝업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거기에 매력적인 오프라인 팝업 공간이 시내 곳곳에 꾸며지면서 젊고 깐깐한 일본 소비자들의 눈길과 발길을 모두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마리코씨는 "한국 브랜드가 대중화된 이유는 K팝을 포함한 한국의 연예계 문화라고 본다"면서 "넷플릭스, 유튜브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게 되면서 예전에는 노래를 좋아한다 정도였다면 지금은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저렇게 살고 싶다'의 마음이 자리 잡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한국 브랜드들에 대한 친근감이 생기고 일상생활에 자리 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로프트 상품본부 나카가와 마리코. 일본 로프트 상품본부 나카가와 마리코.
이런 분위기를 타고 로프트 시부야 점은 지난 2월 아이돌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인생 네컷'도 직접 매장에 들여왔다. 트와이스, 투모로바이투게더, 황민현 등 아이돌의 얼굴이 담긴 배경을 골라 사진을 찍는 식의 기계다.

마리코씨는 "시부야는 젊은 인구가 친구와 함께 놀기 위해 나오는 유흥가다 보니 워낙 프리쿠라(즉석사진)가 인기가 많았다"면서 "그런데 이제 K팝 인기에 힘입어 프리쿠라의 나라에서 오히려 프리쿠라 형식의 기계를 역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프트처럼 한국 브랜드와 문화를 직접 소개하려는 유통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지 패션 유통 기업인 아다스트리아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한큐 백화점 오사카 우메다 본점에 젠틀몬스터, 마뗑킴, 안다르 등의 팝업스토어 유치를 도왔다.

일본 대형 유통그룹 파르코도 현대백화점과 손 잡고 최근 K패션과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단독 팝업스토어 운영에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곳에는 마뗑킴을 비롯해 이미스 등 11개 한국 패션 브랜드가 참여한다.

마리코씨는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이 늘고, 일본 시장의 수용성이 높아짐에 따라 일본 내 한국 브랜드의 종류와 범위는 확대될 것으로 봤다. 그는 "최근에는 퍼즐우드, 논픽션, 탬버린즈 등 복잡한 향을 담은 한국 프래그런스 브랜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로프트에서는 뷰티 제품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업도 기획 중이다. 한국 브랜드가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일 수 있게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생각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도쿄 시부야 로프트 매장에서 마뗑킴 자켓을 입고 한국 뷰티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일본 10대의 모습. /사진=하수민기자 도쿄 시부야 로프트 매장에서 마뗑킴 자켓을 입고 한국 뷰티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일본 10대의 모습. /사진=하수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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