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 '긴급 환자' 구했다! 윤재영 제주 트레이너 "기도 막혀 위급했던 상황... 관중 돕는 것도 제 역할이죠" [인터뷰]

머니투데이 박재호 기자 2024.05.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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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영 의무 트레이너. /사진=제주 유나이티드윤재영 의무 트레이너. /사진=제주 유나이티드


관중석 긴급 환자를 구한 윤재영(42) 제주 유나이티드 의무 트레이너가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제주는 지난달 28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 HD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9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렀다.

올 시즌 가장 치열했던 경기 중 하나였다. 공방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선수들이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쓰러져 윤재영 트레이너는 평소보다 더 정신이 없었다. 전반 30분 만에 제주 주축 미드필더 최영준이 전방 압박 중 왼쪽 무릎이 뒤틀리는 부상으로 쓰려졌다. 최영준을 부축해 구급차로 옮기는 윤재영 트레이너의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했다.



또 후반 12분에는 정운이 이탈로와 공중볼 처리 중 부딪힌 뒤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 한 일도 발생했다. 윤재영 트레이너는 급히 정운의 상태를 살피며 안정을 도왔다. 다행히 정운은 일어나 경기 끝까지 뛰었다.

경기가 정신없이 흘러가는 와중에 더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다. 2층 관중석에서 울산 팬이 쓰러진 것이다. 제주 관계자에 따르면 몸을 풀던 김재민이 급히 윤재영 트레이너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윤재영 트레이너는 곧바로 관중석으로 뛰어 올라갔고, 쓰러진 환자의 상태를 살핀 뒤 응급조치를 취했다. 이어 울산 측과 경기장 의료진 모두 환자를 도왔다. 윤재영 트레이너의 발 빠른 움직임과 응급조치 덕에 환자는 곧 의식을 되찾았다.



관중석을 향해 뛰어 올라가는 윤재영 트레이너(주황색 상의). /사진=제주 공식 SNS 영상 갈무리관중석을 향해 뛰어 올라가는 윤재영 트레이너(주황색 상의). /사진=제주 공식 SNS 영상 갈무리
윤재영 트레이너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그런 상황이 오면 당연히 제가 할 일이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 그렇게 했다"고 담담히 이야기했다.

윤재영 트레이너에게 직접 들은 당시 환자의 상태는 생각보다 더욱 위급했었다. 그는 "그날따라 유독 다치는 선수들이 나와 긴장하는 와중에 응급 환자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관중석으로 뛰어 올라가니 관중분이 의식을 잃고 누워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분이 기도가 막히고 혀가 말려 호흡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심정지는 아닌 것 같아 호흡할 수 있도록 기도 개방을 했다. 다행히 기도가 열리고 호흡이 되니 의식을 차리셨다. 이 와중에 다른 의료진 분들이 오셔서 함께 도와주셨다"고 설명했다.


쓰러진 20대 환자는 제주 구단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윤재영 트레이너에게 직접 감사 댓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그는 "쓰러졌던 본인이다. 당시 기억이 안 나지만 바로 달려와 조치해주셔서 감사하다. 어떻게 감사를 전해야 할지. 다시 한번 제주 및 울산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고 적었다.

댓글을 봤다는 윤재영 트레이너는 "너무 다행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제가 할 일이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 그렇게 했다.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넘어가 다행이다"라고 안도했다.

윤재영 의무 트레이너. /사진=제주 유나이티드윤재영 의무 트레이너. /사진=제주 유나이티드
주변의 칭찬 속에서도 부친의 무심한 격려가 가장 뿌듯함을 느꼈다는 윤재영 트레이너. "아버지가 경상도 부산 분이라 엄청 무뚝뚝하신데 '좋은 일 했다, 장하다'고 어설픈 카톡 메시지를 보내셨는데 뿌듯하더라"고 수줍게 이야기했다.

그는 경기장 안에서 트레이너의 역할이 선수들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윤재영 트레이너는 "우리 팀 선수뿐 아니라 상대 선수, 경기 진행 관련자들, 관중들 모두 도울 수 있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트레이너로서 올 시즌 목표는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좋은 컨디션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는 것'이다. 왼쪽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한 최용준 이야기가 나오자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최용준은 지난 시즌 개막전에서 오른쪽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는데 울산전에서 왼쪽 십자인대를 다치는 불운이 이어졌다. 윤재영 트레이너는 "선수에게 큰 부상이라 너무 마음이 아프다. 큰 수술과 재활을 거쳐야 하는데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힘들 거라는 것을 안다. 힘들겠지만 잘 이겨내고 우리 곁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최영준(가운데)이 지난달 28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 유나이티드 대 울산 HD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9라운드에서 부상으로 쓰러져 구급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최영준(가운데)이 지난달 28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 유나이티드 대 울산 HD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9라운드에서 부상으로 쓰러져 구급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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