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 맞은 K-팝 신” 세븐틴·아이브·라이즈, 치열하게 발화한 신곡들

머니투데이 한수진(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4.30 13:30
글자크기
세븐틴, 사진=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세븐틴, 사진=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며칠 동안 K-팝 신은 여러 사건사고로 인한 잡음에 시달렸다. 외신들도 “K-팝의 성장통, 타격”이라며 우려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K-팝의 최전선에 서있는 아티스트들은 묵묵히 제 할일을 한다. 노래하고 춤추며 아름다운 음율 속에서 헤엄치기를 멈추지 않는다. 덕분에 우려의 구름은 빠르게 걷히고 있다. 분란한 가운데에도 K-팝 신은 지금 풍년이다. 낱알이 빼곡히 들어차 내용물도 실하다. 29일 하루 동안 최정상급 K-팝 아티스트가 무려 3팀이나 신보를 발표한 것이다. 세븐틴, 아이브, 라이즈(데뷔순)가 그 주인공이다. 음악의 존재가 더욱 소중해진 때에, 아름다운 선율로 K-팝 신에 건강한 바람을 실어넣고 있는 세 팀이다.

# [세븐틴 ‘17 IS RIGHT HERE’] 음악의 신 학교에 강림한 ‘마에스트로’들



세븐틴은 데뷔 때부터 자신들을 빗대어 청춘을 노래하던 팀이다. 찬란한 희망을 품었던 초창기의 노래들을 지나, 이들은 모든 청춘이 그러하듯 굴곡진 방황을 노래하기도 했다. 그러다 세븐틴은 최근 앨범부터 행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자신들의 청춘을 예찬한다. “땅을 보고 계속 올랐지 정상까지”(‘손오공’), “우리는 소음마저 음악이야”(‘음악의 신’) 등 가사에서 느껴지는 바이브가 자신감 그 자체다. 멜로디도 가사를 올곧게 수반한다. 10년차라는 커리어를 지닌 이들이 지금 내놓을 수 있는 시의적절한 주제다. 탄탄한 근거가 마련된 자신감이라는 점에서 청자들의 호응 역시 따르고 있다.

‘손오공’과 ‘음악의 신’으로 포석을 잘 깐 후 지난 29일 내놓은 베스트 앨범 ‘17 IS RIGHT HERE(19 이즈 라이트 히어)’는 세븐틴의 단단한 자존감의 결정체다. 타이틀곡 ‘MAESTRO(마에스트로)’로 대표되는 이 앨범은 현재 K팝신에 내리쬔 한 줄기 빛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앨범에는 세븐틴의 역대 타이틀곡 28곡에 신곡 4곡이 실렸다. 이중 많은 이의 관심이 집중된 건 신곡으로, 그중에서도 타이틀곡 ‘MAESTRO’에 이목이 쏠렸다. ‘MAESTRO’는 도입부부터 맹렬하다. 이 곡에서 단단하게 응집된 멤버들의 하모니는 100명 인원의 오케스트라만큼 웅장한 소리를 낸다. 퍼포먼스는 전율의 연속이다. 손 각도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13명의 합은 이들이 흘렸을 땀과 노력 등의 과정마저 향유한다. “세상을 바꾸는 우리니까”라고 근사하게 외치는, 음악의 신 학교에 등장한 마에스트로들의 강림이라 할 만하다.



아이브, 사진=스타십엔터테인먼트아이브, 사진=스타십엔터테인먼트
# [아이브 ‘IVE SWITCH’] MZ 워너비 아이콘의 세련된 새 발자욱

‘IVE SWITCH(아이브 스위치)’는 아이브가 ‘또 다른 나’를 보여주는 확장의 신호탄이다. 새롭게 전개한 이미지와 반전의 쾌감을 선사하는 음악, 더 세련되진 스타일로 이들은 MZ 워너비 아이콘임을 재차 증명한다. 멤버 리즈는 ‘IVE SWITCH’에 대해 “매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한 아이브만의 색깔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는데 그 고민의 답이 ‘IVE SWITCH’에 잘 담긴 것 같아서 정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IVE SWITCH’는 변화하고자 한 아이브의 고민을 시원하게 해소한다. 예측 불가능한 변주로 쉴 새 없이 귀를 달뜨게 만들고, 설화와 변신물을 새롭게 재현해 확장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총 6곡이 실린 ‘IVE SWITCH’는 타이틀곡이 'HEYA(해야)’와 ‘Accendio(아센디오)’ 2곡이다. “방심한 순간 claw”라며 변화무쌍하게 날카로운 사운드를 흩뿌리는 ‘HEYA’와 “아름답지만 섬찟할 거야” 라며 신비로운 감각으로 멜로디를 쌓는 ‘Accendio’가 내는 에너지의 시너지는 최상이다. 특히 ‘Accendio’ 소갯말에서 사랑과 치명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만큼 아이브는 감정선의 진폭을 넓힌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더 있다. 멤버 장원영이 수록곡 ‘Blue Heart(블루 하트)’의 단독 작사에 참여한 것이다. “쉽게 타지 않는 이 푸른 심장”, “새빨간 저 말들은 저 멀리로” 등 진솔하게 써내려간 장원영의 가삿말은 이들의 변화가 위로 향하는 성장임을 보여준다.

라이즈, 사진=SM엔터테인먼트라이즈, 사진=SM엔터테인먼트
# [라이즈 ‘RIIZING’] 빠르게 분화하는 K-팝 실력파의 어메이징한 음율들

라이즈가 빠르게 분화하기 시작했다. 오는 6월 미니 1집 ‘RIIZING(라이징)’ 발매를 앞두고 앨범에 수록곡들을 일제히 선공개하는 행보로 말이다. 지난 3일과 18일 미니 1집에 수록된 ‘Siren(사이렌)’과 ‘Impossible(임파서블)’을 공개한 라이즈는 29일 세 곡을 추가로 발표했다. ‘9 Days(9 데이즈)’, ‘Honestly(어니스틀리)’, ‘One Kiss(원 키스)’다. 앞서 공개한 두 곡이 거센 진폭으로 심장을 세차게 두드렸다면, 이 세 곡은 잔잔하게 밀려드는 온화한 멜로디로 마음을 어루만진다. 라이즈가 ‘Siren’과 ‘Impossible’로 당찬 포부를 건넸다면, ‘9 Days’·‘Honestly’·’One Kiss’는 미니 1집으로 안내하는 다정한 손인사 같다.

‘9 Days’·‘Honestly’·’One Kiss’에서 라이즈는 차분하지만 활기차게 다채로운 얼굴로 위로를 늘어놓는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가 청자에게 닿기를 바라는 애절한 목소리로.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자신감 있는 제스처로. 아침 햇살 사이로 새가 영롱하게 지저귀듯 “나 계속 움직이는 이유”(‘9 Days’)를 청자의 귀에 부드럽게 속삭이고, “더 자유로워 Free”(‘Honestly’)를 마음에 새기며 사뿐사뿐 구름 위를 걷는다. 팬송인 ‘One Kiss’에서는 팬들을 향해 “말없이 애틋한 이 기분”을 아냐며 달콤함의 농도를 높인다. 커피 한 잔과 함께 편안하고 고요한 잠깐의 휴게를 원한다면 귀 기울여 듣기 좋은 노래들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