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이 조 단위?…판매장려금 담합의혹에 통신3사 불안감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2024.04.29 15:50
글자크기

공정위·방통위 엇박자에 업계 시름

/사진=뉴시스/사진=뉴시스


국내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제기된 '판매장려금 담합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통신업계에선 과징금 규모가 '역대급'에 이를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방송통신위원회와 담합 조사에 나선 공정위의 관점이 충돌하는 데 따른 원망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52,100원 ▲300 +0.58%)·KT (37,200원 ▼50 -0.13%)·LG유플러스 (9,940원 ▲30 +0.30%) 통신 3사는 최근 공정위가 보낸 심사보고서를 놓고 각자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비유되는 이 보고서는 사건개요와 시장실태, 위법성 판단, 과징금 납부명령을 비롯한 심사관의 조치의견 등을 포함한다. 사건절차 관련 규칙에 따라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과징금 최종 부과금액을 적시하지 않지만, 과징금 산정의 기초인 △위반행위의 기간 △관련매출액 산정기준 △위반행위의 중대성 등이 필수 적시사항인 탓에 현재 이통사들은 과징금의 최대규모를 가늠할 수 있게 됐다. 통신사 한 곳에선 회사별로 부과될 과징금의 규모가 1조~2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유통구조에서 소비자가 휴대폰 단말기를 살 때 받는 지원금은 주로 통신사의 공시지원금과 유통채널(판매점·대리점)의 추가지원금으로 나뉜다. 추가지원금은 통신사가 유통채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으로 마련되는데, 공정위는 통신 3사에 대해 2015년부터 판매장려금의 액수를 놓고 담합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통신 3사가 번호이동 현황을 공유하면서 유통채널에 지급할 판매장려금을 조절하고,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서 번호이동 상황반이 매개체였다는 내용이 골자다.

판매장려금은 법정 한도가 없지만, 방통위는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법(단통법) 도입 이후 판매장려금을 30만원 이내로 맞추라는 행정지도를 유지해왔다. 통신 3사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번호이동시스템을 활용해 번호이동 건수를 20~30분 간격으로 공유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조처는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아이폰 6 대란' 등이 발생한 데 따른 산물이다. 통신 3사는 그간 방통위 시책을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공정위는 이들이 방통위의 행정지도를 넘어 경쟁을 회피한 것으로 보고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방통위와 공정위의 엇박자는 담합 조사 과정에서도 두드러졌다. 방통위는 올해 2월 말쯤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은 담합이 아니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제재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지난 24일 취재진에게 공정위가 통신 3사에 발송한 심사보고서를 '검토 중'이라고 발언하면서 후속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주요 당국 2곳이 파열음을 내는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현재까지 특별히 나선 곳은 없어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징금 부과 여부와 액수는 하반기쯤으로 점쳐지는 공정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과징금 규모가 역대 최대로 예상되는데다 통신 3사의 반발이 거세 수년이 소요되는 불복소송이 뒤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4조4000억원대였던 만큼, 공정위 심결과 법원 판결에 따라 한 해 영업이익이 오갈 수 있는 불확실성이 발생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순증·순감치가 일별·월별로 전부 다른데, 짜고 쳤다면 일정하게 나왔을 것"이라며 "규제기관 가이드에 따랐는데도 공정위 제재가 들어오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