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생산 공격엔 '관세' 보복대응…중국도 움직였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04.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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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재 대항 고율 보복관세 포함 '관세법' 제정…과잉생산 지적엔 "위협 과장 세력이 위험요소"

중국 장쑤성 동부 쑤저우항 국제컨테이너터미널에 수출 대기 중인 비야디(BYD) 전기차들이 쌓여 있다. 2023.9.11 /AFPBBNews=뉴스1중국 장쑤성 동부 쑤저우항 국제컨테이너터미널에 수출 대기 중인 비야디(BYD) 전기차들이 쌓여 있다. 2023.9.11 /AFPBBNews=뉴스1


중국이 고율관세를 활용한 경제 제재에 대항해 보복관세를 매기는 내용의 관세법을 제정했다. 미국, EU(유럽연합) 등과의 무역전쟁이 재점화할 조짐이 보인다. 전기차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정부 보조금을 발판으로 하는 과잉생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관세를 통한 무역 보복까지 이뤄지면서 세계 경제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최근 9차 회의에서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되는 관세법을 가결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새 관세법에 중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가 중국산 제품에 지나치게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적었다.



중국 정부는 앞서 지난해 10월 관세법 초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허룽 중국 사법부장은 "조약 및 협정의 최혜국 대우 조항 또는 관세 특혜 조항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 및 지역에 대등원칙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법안은 관세에 외교 정치적 요소를 적용한 점에서 '중국판 슈퍼310조'로 불린다. 공개된 법안 1조에는 초안에는 없던 "국가 주권과 이익을 수호하며 납세자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발전과 안보를 종합한다는 필요에서 관세 상응 조치가 추가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로펌 DHH의 린치안 수석 파트너는 "이같은 보복 원칙이 법에 명시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경영대 교수는 "상대 국가가 중국을 때리면 중국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핵무기'와 비슷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새 관세법으로 중국과 서방 간 경제갈등은 한 층 고조될 전망이다. 미국은 현 7.5%인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를 25%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방중에서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과잉생산으로 미국과 전세계 시장에 잠재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중국 과잉생산에 대한 추가 관세 가능성을 언급했다.

EU 역시 중국산 의료기기,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해 과잉생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무역전쟁은 다른 나라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대선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본인이 당선될 경우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 고율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 정책이 2년 만에 소비자 물가를 2.5% 높이고 국내 총생산(GDP)을 0.5% 낮출 것이라고 경고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결정에도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새 관세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의 과잉생산 지적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9일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모독하든 녹색산업은 세계 경제발전의 추세"라며 "중국의 신에너지가 과잉생산되고 있다고 과장하는 세력이야말로 세계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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