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기술 심장부 찾은 영리한 행보"…이재용이 독일 광학기업 간 이유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임동욱 기자 2024.04.2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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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ZEISS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ZEISS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78,400원 ▼800 -1.01%) 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올라 독일 광학기업 자이스(ZEISS)를 방문하며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최첨단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기술의 근간이 되는 광학계와 협력을 꾀하면서, 메모리와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반도체 분야 초격차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자이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ASML에 독점 공급한다. EUV 구현을 위한 원천기술 특허를 2000개 이상 보유한 기업으로, 현존 최상위급 노광기술인 하이(High)-NA EUV 구현에 필수적인 광학기술(EUV 반사거울) 역시 세계 유일하게 보유했다.



전세계에서 ASML만이 홀로 제작하는 EUV노광장비는 7나노미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과 14나노 이하 메모리반도체 차세대 공정에 없어선 안되는 핵심 장비다. EUV 장비를 빨리, 제대로 가동하느냐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의 초미세 공정 승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세계 유수 반도체 기업들의 주문이 ASML에 밀려드는 이유다.

이런 ASML도 핵심 광학 부품을 제공하는 자이스가 없으면 EUV노광장비를 만들 수 없다. 오죽하면 ASML은 최근 연차보고서에서 "우리가 생산하는 노광장비 숫자는 광학부품 독점 계약을 맺은 자이스의 생산능력에 달렸다"며 "자이스가 공급관계를 중단하면 제대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자이스를 직접 찾은 배경이다.



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칼 람프레히트(Karl Lamprecht) ZEISS그룹 CEO(왼쪽), 안드레아스 페허(Andreas Pecher) ZEISS SMT(Semiconductor Manufacturing Technology) CEO(오른쪽)와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칼 람프레히트(Karl Lamprecht) ZEISS그룹 CEO(왼쪽), 안드레아스 페허(Andreas Pecher) ZEISS SMT(Semiconductor Manufacturing Technology) CEO(오른쪽)와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
이 회장의 이날 행보를 두고 업계에선 "세밀함이 돋보이는 영리한 전략'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재 반도체 산업 핵심으로 자리잡은 EUV 기술 그 너머를 보고, 반도체 핵심 기술의 심장부를 찾았기 때문이다.

자이스와 삼성전자는 직접적 거래 관계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반도체 원천 기술 특허를 대량 확보한 광학 기업과 스킨십을 하며 반도체 생태계 뿌리부터 협력을 구축·강화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선 개별 기업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각 분야 전문 기업들간의 협력이 사업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ZEISS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ZEISS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
또 이 회장은 30년 가까이 이어져온 ASML과 자이스 간의 견고한 동맹에 삼성전자도 한 축을 함께 담당하겠다는 시그널도 던졌다. 자이스는 2026년까지 480억원을 투자해 한국에 R&D(연구개발) 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자이스가 한국에 기점을 마련하며 양 사는 실시간 소통을 통해 더욱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을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자이스가 한국에 R&D센터를 짓는다는 건 삼성전자와 원천기술 연구 협력을 함께 하겠단 신호"라며 "ASML의 긴밀한 협력사인 자이스를 방문하면서 삼성전자는 ASML에게도 '더욱 잘해보자'란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결사 면모를 꾸준히 드러내왔다. AI(인공지능)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이 회장이 또 다시 나섰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방한했을 때 승지원에서 단독 만찬을 했다. 지난해 12월엔 피터 베닝크 ASML CEO를 만났고, 같은 해 5월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미래 협력을 논의했다.

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최신 반도체 장비를 살펴본 뒤 칼 람프레히트(Karl Lamprecht) ZEISS그룹 CEO(왼쪽에서 세번째), 안드레아스 페허(Andreas Pecher) ZEISS SMT(Semiconductor Manufacturing Technology)CEO(왼쪽에서 첫번째)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최신 반도체 장비를 살펴본 뒤 칼 람프레히트(Karl Lamprecht) ZEISS그룹 CEO(왼쪽에서 세번째), 안드레아스 페허(Andreas Pecher) ZEISS SMT(Semiconductor Manufacturing Technology)CEO(왼쪽에서 첫번째)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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