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 경매 현장./사진=소더비
글로벌 양대 경매사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지난 3월 14~22일 각각 3월 경매 아시아 위크를 진행했다. 28일 중국 현지 보도를 보면 소더비 경매에서 중국 미술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46% 감소한 1030만달러(약 142억원)를 기록했다. 반면 대부분이 인도산인 남아시아 미술 부문 매출은 1980만달러(약 273억원)로 지난해의 거의 세 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소더비에서 최고액 작품도 인도 미술품이 차지했다.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인도 거장 세이드 하이더 라자(Sayed Haider Raza)의 작품 칼리스테(Kalliste)가 예상금액의 거의 두 배인 560만달러(약 77억원)에 낙찰됐다. 크리스티에서도 인도 작가이자 봄베이 진보예술가 그룹 창립 멤버인 프랜시스 뉴튼 수자(Francis Newton Souza)의 작품이 490만달러(약 68억원)에 낙찰됐는데, 예상가의 무려 5배였다.
중국 미술품 경매규모가 쪼그라든 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불과 6년 전인 2018년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송나라 도자기 콜렉션의 일부가 무려 1280만달러(약 177억원)에 낙찰되기도 했었다. 올해 소더비 경매의 중국산 미술품 매출 총액이 2018년 단일 품목에도 미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인도 미술품 수요 증가는 전체 미술품 경매 시장이 위축되는 흐름 속에서 더 부각된다. 지난 3월 경매 아시아 위크 총 매출액은 주류이던 중국산 미술품에 대한 콜렉터들의 외면 속에 전년 동기 대비 24% 줄어든 1억80만달러(약 1390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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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소더비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인도 화가 라자의 회화 Kalliste./사진=소더비
같은 맥락에서 중국과 미국 등 서방국가 간 갈등이 확대되면서 중국의 국제적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중국산 미술품에 대한 인기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제한된다면 미술품의 가치 자체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인도는 경제 및 생활 수준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예술가들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관계를 빠르게 단절하고 서방과 관계를 개선시키고 있으며, 인도의 작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7.7%로 중국(5.2%)에 비해 경제 성장 가속 페달을 확실히 밟고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의 인도 문화에 자금력이 더해지며 완성도 높은 예술 작품들이 대거 생산된다. 게다가 인도는 100년 이상 된 예술품은 물론 현재 활동 중인 9명의 '국보급' 예술가들의 작품을 엄격하게 수출 통제하고 있다. 전세계 시장에서 인도산 예술품의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중국 미술품 가품 의혹도 한 몫을 했다. 중국에선 최근 광저우 아트아카데미 소속 화가 샤오위안이 지난 2014년부터 유명 회화 140점을 훔쳐 3400만위안(약 65억원)에 판매한 후 자신의 모작으로 대체했다가 들통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재판에서 "거의 모든 화가가 이런 일을 저지르고 있으며, 내 모작 중 하나가 똑같은 방식으로 도난당하기도 했다"고 증언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