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부품 '수입산' 의존하는 양자컴… "양자 소부장부터 키워야"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2024.04.28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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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디지털 미래혁신대전 2023에서 관람객들이 초전도 기반 50큐비트 양자컴퓨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지난해 9월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디지털 미래혁신대전 2023에서 관람객들이 초전도 기반 50큐비트 양자컴퓨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주요 과학기술 연구 장비의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정부가 '3대 게임체인저'로 꼽는 양자컴퓨터(양자컴)의 핵심 부품도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25일 발표한 양자기술 육성안 '퀀텀 이니셔티브'에서 양자 소재·부품·장비를 선도형 기술로 삼아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혔지만 갈 길은 멀다는 평가다.

2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개발 중인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초전도 큐비트(Qubit·양자비트) 칩과 큐비트 제어용 장비 등은 대부분 해외 업체에서 수입해오는 실정이다. 부품을 생산할 기술력이 국내에 아직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자기술을 연구하는 한 국내 대학교수는 "큐비트 칩을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퀀트웨어(Quantware)'사의 경우 1개당 1000만 원 정도의 가격에 칩을 판매한다"며 "20큐비트짜리 양자컴을 만들기 위해 칩 구매에만 총예산 중 2억이 소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호 측정과 제어 장비, 초저온 환경을 만들기 위한 냉동기 등 주요 부품까지 합하면 몇십억에 해당하는 예산이 외국 기업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양자 기술은 광자의 양자 중첩, 양자 얽힘과 같은 양자상태를 생성, 제어 및 측정·분석해 정보통신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했던 복잡한 연산을 해내는 양자 컴퓨팅 기술이다. 분해능과 민감도, 측정영역을 높인 양자 센싱 기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올해 초 정부는 국내 자체 기술로 개발한 20큐비트급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를 공식 석상에서 시연했고 △2026년까지 약 490억원을 들여 50큐비트급 양자컴을 △2030년대 초까지는 1000큐비트급 양자컴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표준연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에 따르면 20큐비트급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에는 성균관대가 개발한 큐비트 칩이 사용됐다. 개발 초기엔 퀀트웨어 사의 제품을 구입했지만, 이후 성대 연구팀이 성능과 규격면에서 더 적합한 칩을 내놓자 이를 활용하게 됐다.

다만 냉각기, 측정 장비 등은 자체적으로 생산할 기술력이 없는 상황이다. 자칫 양자컴 개발 과정에 외국 기업만 배불리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이 선도할 분야는 '제조업'… "양자 핵심 부품, 한국이 선점할 수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KIST 연구동을 방문해 양자 컴퓨팅 관련기술을 참관하고 있다. 설명 중인 한상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 /사진=뉴시스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KIST 연구동을 방문해 양자 컴퓨팅 관련기술을 참관하고 있다. 설명 중인 한상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 /사진=뉴시스
한상욱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양자정보연구단장은 "아직 큐비트 칩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없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연구기관과 함께 칩을 개발하는 한편, 양자기술 관련 연구 장비를 개발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선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79,200원 ▼500 -0.63%)SK하이닉스 (179,900원 ▲4,500 +2.57%) 등이 이미 '세계 정상급'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만큼, 이를 통해 초정밀 큐비트 칩, 양자 소자 등을 자체 생산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도 측정 장치, 냉각기 등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한 단장은 "양자컴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장기적으로 치열해질 양자 시장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선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5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를 통과한 양자 과학기술 투자 방안인 '퀀텀 이니셔티브'에서도 양자 소재·부품·장비 및 양자 소자 설계 및 공정 분야를 포괄하는 '퀀텀 엔지니어링'이 한국이 양자시장에서 선점할만한 선도 기술로 꼽혔다.

양자 광원, 레이저, 신호 측정 및 제어 장비, 검출기, 냉동기 등 양자 기술의 핵심 부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양자 소자의 설계·제작까지 국내에서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에도 이미 양자컴의 부품과 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이 있다. 큐비트 정밀 측정기 등 양자 계측장비를 개발하는 SDT는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KIST 양자정보연구단을 거친 윤지원 대표이사가 창업한 회사다. 윤 대표는 "양자컴 장비를 만드는 회사로는 (SDT가) 현재 국내 유일한 정도"라며 "한국의 최대 강점은 결국 제조업에 있는데, 양자기술에 필요한 정밀 기기를 해외 어느 곳보다 잘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실제 이를 생산라인에서 가동할 인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한 단장은 "최근 양자정보학회 등 관련 학술행사에 양자기술 부품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중소기업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부품 개발에는 초기 투자비나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기업 입장에선 아직 양자기술 시장이 열릴지 말지도 확신이 없는 상황일 것"이라며 "정부의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학연이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개방형 연구'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윤지원 SDT 대표 /사진=SDT윤지원 SDT 대표 /사진=S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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