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에 "남친과 피임 조심" 조언했다가 '징계'…법원 "위법"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4.04.2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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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 상담 요청에 피임 조심하라는 말을 한 직원에게 회사가 성비위로 보고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대한민국 법원직장 동료 상담 요청에 피임 조심하라는 말을 한 직원에게 회사가 성비위로 보고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대한민국 법원


친한 직장 동료의 상담 요청에 '피임 조심하라'는 조언을 한 직원에게 회사가 경고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뉴스1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행정부는 직원 A씨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상대로 제기한 '경고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재판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A씨에게 지난해 5월 내린 불문경고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주문했다.

사건 발단은 2022년 4월이다. A씨는 당시 동료 B씨와 함께 타지역으로 출장 가는 차 안에서 사적인 대화를 나눴다. B씨는 "결혼을 늦추고 싶은데 남자친구가 가정을 빨리 꾸리고 싶어 한다"며 결혼과 임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이에 A씨는 "오해하지 말고 들어달라. 남자친구와 피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달 또 다른 날에는 B씨가 차에서 기침하며 '감기에 심하게 걸린 것 같다'고 말했고, A씨는 B씨 이마에 손을 올리며 '열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문화전당 징계위원회는 A씨 행동이 성 비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견책 징계를 내렸다. A씨는 징계처분에 불복, 불문경고 감경을 받은 뒤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해당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핵심 쟁점은 A씨가 '남자친구랑 피임 조심해야 한다'고 한 말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였다.

재판부는 "피임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것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피임' 관련된 모든 발언이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원고 발언이 성적 언동인지 여부는 구체적 상황과 경위에 비춰 판단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가 원고에게 남자친구와의 결혼, 출산, 육아, 휴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온 대화이고 원고는 피해자에게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라고 말한 뒤 이런 발언을 했다"며 "직장에서 친밀하게 지내던 관계였던 원고가 피해자 고민에 대해 조언이나 충고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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