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AI칩 만들자" 스타트업 손잡고 AI시대 대응나선 대기업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24.05.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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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트렌드]SK·한화·KT 등 자회사 설립·SI 투자로 팹리스 협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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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 스타트업에 투자해 시너지를 내는 대기업들/그래픽=조수아AI반도체 스타트업에 투자해 시너지를 내는 대기업들/그래픽=조수아


국내 대기업들이 자체 AI반도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사내 반도체 개발조직을 분사해 성장속도를 높이거나 팹리스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SI)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자사 제품·서비스에 사용할 AI에 가장 최적화된 반도체를 개발하고, 높은 가격과 공급 부족 상태에 있는 엔비디아 등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다.



SK·한화, 지분 100% 보유한 팹리스 자회사 설립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51,000원 ▲100 +0.20%)·SK하이닉스 (223,000원 ▲2,000 +0.90%)·SK스퀘어 (90,700원 ▼700 -0.77%) 등 SK ICT연합은 AI반도체 전문 팹리스 사피온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 자회사로 설립해 지난해 600억원의 외부 투자를 유치했지만 CB(전환사채) 투자로 이뤄져 여전히 모든 지분은 SK ICT연합이 가지고 있다.

SK텔레콤 등은 AI사업 고도화에 사피온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사피온이 데이터센터용 AI반도체를 개발하는 만큼 향후 SK텔레콤 등의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반도체를 개발해 장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국내 데이터센터 규모를 2030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화 (26,150원 ▼250 -0.95%)그룹도 2021년 AI반도체 팹리스 뉴블라를 설립했다. 한화임팩트의 반도체 개발팀을 스핀오프시킨 형태로 한화그룹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뉴블라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활용해 최초 제품 시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인 스펙 등은 공개되지 않지만 한화그룹 계열사들에 특화된 AI반도체일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한화에너지, 한화시스템 등 에너지나 방산 분야 계열사들의 제품 개발에 뉴블라의 AI반도체가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 투자해 최대주주 등극…협업 활성화"
전략적 투자로 시너지를 내는 경우도 있다. KT그룹과 리벨리온이 대표적이다. KT (36,200원 ▼200 -0.55%)는 리벨리온의 지분 9.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KT클라우드, KT인베스트먼트 등 다른 계열사 지분까지 더하면 KT그룹의 지분율은 10%가 넘는다. 이를 계기로 KT클라우드는 지난해부터 데이터센터에 리벨리온의 AI반도체를 탑재하는 등 밀접한 협업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LG전자 (100,400원 ▲1,500 +1.52%)도 AI반도체 IP스타트업(설계기술을 팹리스에 공급하는 기업) 에임퓨처의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다. 에임퓨처는 2020년 LG전자에서 스핀오프한 기업으로 가전제품 등 온디바이스AI용 반도체 설계 IP를 개발하고 있다. 외부투자를 유치하면서 LG전자의 지분이 희석됐지만 LG전자의 로봇청소기, TV 등에 탑재할 AI반도체 관련 IP들을 개발한다.


현대차 (278,500원 ▲10,500 +3.92%)그룹도 제로원펀드를 통해 차량용 AI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보스반도체에 투자했다. SAFE(조건부지분인수계약)투자 방식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분율은 후속투자 시 결정된다. 현대차가 자율주행 등 AI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에 특화된 반도체를 개발하는 등 협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판로확보·기술대응 유리" vs "특정기업 종속 우려도"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AI로 생성한 '대기업과 팹리스 스타트업의 협업' 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AI로 생성한 '대기업과 팹리스 스타트업의 협업' 이미지
업계는 당분간 대기업의 반도체 내재화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개발한 AI반도체가 가격이 치솟은데다 공급 부족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온디바이스AI 보급 확산 등으로 AI 활용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자사 제품·서비스에 최적화된 반도체가 필요해졌다. 구글이나 아마존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팹리스 업계는 긍정적이다. 대기업의 반도체 내재화 움직임은 팹리스의 판로 확보로 이어져서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안정성이 상당히 중요한 만큼 좋은 제품이어도 교체가 쉽지 않다"며 "많은 팹리스들이 어려워하는 판로 확보를 모기업이나 주주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 기술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AI업계에서는 AI모델(파운데이션 모델)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반도체가 이를 즉각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I모델을 활용하는 기업이 주주일 경우 적극적인 기술 교류로 기술 변화를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특정 기업의 반도체 개발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AI반도체는 기업의 전략자산인 만큼 특정 주주의 영향력이 너무 크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 기업에 종속될 경우 국내외 경쟁사에 공급하는 게 어려워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모든 산업이 비슷하겠지만 팹리스의 경우 SI(전략적 투자) 유치 전략을 더욱 신중하게 고민해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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