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지휘관 中 모였는데…미군, 코앞서 '중국 배' 놓고 격침훈련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04.2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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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포함 29개국 칭다 WPNS 참석…
미·필리핀 남중국해 훈련 격침 표적 중국산 선정,
필리핀 "특정국 겨냥 아냐"·중 "터무니없는 결정"

22일 (현지시간)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개막한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에 참석한 미국 대표단과 한국 대표단이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4. 04. 22  /AFPBBNews=뉴스122일 (현지시간)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개막한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에 참석한 미국 대표단과 한국 대표단이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4. 04. 22 /AFPBBNews=뉴스1


한미일 포함 세계 주요국 해군 최고위급 지휘관이 중국 칭다오(?島)에 모였다. 이 가운데 미국이 동맹국인 필리핀과 전운이 감도는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면서 중국 언론들이 일제 비판에 나섰다. 특히 미·필리핀은 훈련 과정에서 중국산 퇴역 유조선을 격침 훈련 대상으로 삼으면서 중국을 제대로 자극하는 분위기다.

22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미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발리카탄(어깨를 나란히) 훈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발리카탄은 미국과 필리핀이 지난 2000년부터 필리핀 전역에서 매년 실시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이다. 한국도 옵서버(참관자)로 참여한다. 특히 내년부터 역시 옵서버였던 일본의 자위대가 공식 참여키로 결정하면서 올해 훈련의 기세는 여느 때보다 높다.



이날부터 내달 10일까지 진행되는 발리카탄은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세력을 대양으로 확산하려는 중국 견제에 중점이 있다. 사상 처음으로 필리핀의 12해리(22.224㎞) 영해 바깥 남중국해 해상에서 훈련이 진행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자위대의 내년 훈련참여 소식을 전하면서 "발리카탄 훈련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올해 발리카탄에서 중국의 신경을 제대로 자극하는 건 필리핀군이 공개한 '침몰 훈련' 계획이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미국과 필리핀은 퇴역한 필리핀 해군 보급 유조선 'BRP레이크칼릴라야'(BRP Lake Caliraya)호를 격침 훈련 표적으로 선정했다. 4570톤급 유조선이자 이제는 사라진 필리핀 국영석유사에서 사용되다가 군용으로 전환된 이 선박은 '중국제'다.



레이크칼릴라야/사진=위키백과레이크칼릴라야/사진=위키백과
레이크칼릴라야는 2020년 12월 수리 불가능 판단에 따라 퇴역했다. 퇴역 선박을 훈련 표적으로 삼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중국 여론은 술렁인다. 필리핀이 많은 퇴역 선박 중 유일한 '중국산' 해군 자산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필리핀군은 중국 측의 반발에 대해 "의도적인 것이 아니며 특정 국가를 감안해 선정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중국 언론은 "마닐라의 터무니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지난 21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전세계 29개 주요국가 해군 최고위급 지휘관 등 총 1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9회 WPNS(서태평양해군심포지엄)이 진행 중이다. 우리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이 참석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스티븐 쾰러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참석한다. 이 외에도 호주와 프랑스, 인도, 러시아, 영국 등 29개 해군 최고위급 지휘관이 참석한다.

격년으로 진행되는 WPNS는 가장 영향력이 큰 해군 다자간 협력 메커니즘 중 하나다. 올해 주제는 '운명을 공유하는 바다'다. 중국은 세계 각국에서 전운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서방은 물론 러시아 등의 참여를 이끌어낸 이번 행사의 의미를 연일 홍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과 필리핀이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남중국해에서 벌인다. 중국의 불만과 긴장감이 극도로 커질 수밖에 없다.


리하이둥 중국외교대 교수는 "이번 WPNS는 중국의 포용성과 개방성을 엿볼 수 있는 행사인데 미국은 타국을 잠재적인 적으로 가정, 파벌과 블록 형성만을 유도하고 있다"며 "여러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벌이며 지역사회의 안보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바로 미국이며, 군사가 아닌 외교적 조치를 통해 분쟁과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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