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인 달리(DALL·E)가 만든 그림.
22일 오전 11시15분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800원(2.32%) 내린 7만5800원을 나타낸다. 이날 코스피가 기관 매수세로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삼성전자는 파란불(하락)을 켰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대거 매수했던 외국인이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두 종목의 약세는 지난 주말 미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급락한 영향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일보다 10% 급락한 7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는 장중 점점 하락 폭을 키워가면서 거래를 마칠 때는 시가총액 2조달러가 붕괴됐다.
미 반도체주의 약세는 반도체 수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영향이다. 지난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예상보다 부진한 1분기 수주액을 발표하고, 대만 TSMC가 올해 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 산업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투자자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서버 업체 슈퍼마이크로가 우려를 더했다. 슈퍼마이크로는 지난 19일 1분기 실적 발표 날짜를 알리면서 기존과 다르게 잠정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투자자들은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보고 반도체주 매물을 대거 출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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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구간을 엔비디아에 대한 재진입 또는 업종 내 비중 확대의 기회로 삼는 것도 유의미하다"라며 "이달 데이터상으로는 낸드(NAND) 수요 회복에 주목할 만하다. 낸드(엔터프라이즈 SSD)는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분야다. 다만 엔터프라이즈 SSD의 경우 솔리다임(SK하이닉스)의 기술력과 M/S(시장점유율)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봤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이번처럼 급락이 큰 거래량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투자자 구성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AI 시장의 장기 성장에 확신을 가진 투자자들이 들어왔을 것이다. 시장이 악재를 견딜 수 있는 힘이 강해졌단 의미"라며 "아직 중장기적 관점에서 편하게 매수할 수 있는 과냉 구간으로 보기는 어려워도 단기 관점에서는 비중을 늘리려는 투자자들이 서서히 진입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했다.
이번주 예고된 빅테크 기업의 실적이 주가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주 미국에서는 오는 22일 버라이즌, 23일 테슬라, 24일 메타, IBM, 25일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국내에서는 오는 25일 SK하이닉스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콘퍼런스콜을 진행한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실적 (시즌이) 시작됨과 함께 ASML/TSMC가 기대 이하 실적과 시장 전망을 발표하자 테크 업체들의 전반적인 주가 조정이 있었다"라며 "시장은 확신을 갖기 위한 근거를 찾기 전까지 높아진 눈높이를 조정하는 시간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빅테크 업체들의 실적과 가이던스가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