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인물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A 교수는 지난 20일 장폐색이 발생해 응급수술을 받았고, 에크모(ECMO; 채외혈액순환치료)를 받으며 다른 병원으로 전원 됐으나 끝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간질성 폐질환, 폐렴, 폐결핵, 천식을 주로 치료해온 A 교수는 사망 당일 당직을 선 건 아니라고 한다. 뉴시스에 따르면 A 교수 소속 병원 관계자는 "A 교수는 이날 당직을 서지 않았다.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유족의 요청이 있었다"고 말을 아꼈다.
A 교수의 사망에 대해 의사들 커뮤니티에선 "50대 나이에 낮에 외래진료를 보고 당직까지 계속 서다간 건강에 이상징후가 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 "레지던트들이 갈려 나가면서도 사고가 나지 않는 건 20~30대의 젊은 나이이기 때문"이라며 50대 현직 '고참' 교수들이 전공의를 대신해 당직서는 실태를 주목한 글이 도배했다. 그뿐 아니라 "(A 교수의 죽음은) 전공의들이 잘못이 아니다. 낮은 수가로도 어떻게든 잘 돌아간 대한민국 의료에 쌓인 문제를 전공의들이 바꿀 것"이라며 전공의가 이탈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지지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1일 서울시내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 회의를 열고 대학별로 증원된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에 한해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뽑게 하겠다는 정부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2024.04.21. [email protected] /사진=정병혁
B 교수의 사망 이후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이탈에 따른 교수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고용노동부에 대학병원 등 전공의 수련병원에 대한 근로감독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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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전의교협은 이런 내용의 '전공의 수련병원 근로감독 강화 요청의 건'에 관한 공문을 고용부에 발송했다. 이들은 공문에서 "최근 수련병원 교수들의 급격한 업무 증가로 피로도 가중 및 소진, 과로에 의한 사망사고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환자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로로 내몰리고 있는 수련병원 교수들의 장시간 근무, 36시간 연속 근무 등 위반 사항에 대해 근로감독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한다"며 "수련병원의 경영 책임자에게 과로사 예방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도록 지도해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연이은 대학병원 교수의 사망에 현직 교수들의 한숨도 짙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 감염내과 C 교수는 "사직하지 않겠지만 이러다 '순직'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50대 중반인 C 교수는 전공의 이탈 전까지만 해도 주 1회 당직을 섰지만, 전공의 이탈 후엔 당직 횟수가 주 3회로 늘었다. 당직 한 번에 24시간씩이었지만, 전공의들이 모두 나가면서 지금은 교수 1인당 36시간씩 서고 있다.
C 교수는 "오늘 아침 8시에 출근했으니, 내일 저녁 8시에 퇴근할 수 있다. 이틀에 한 번꼴로 당직을 이렇게 서는 게 벌써 두 달이 넘었다"며 "체력이 바닥나 죽을 수도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전공의 사태 이후 2차 병원으로 몰려, 병실이 남아도는데도 전공의 업무를 몽땅 도맡다 보니 하루 한 끼도 챙겨 먹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얼마 전, 출근을 준비하던 C 교수에게 그의 아들은 "엄마, 이럴 거면 의사 왜 했어? 나 같으면 의대 안 갈래"라고 했다고.
C 교수는 "정부도 못 알아주는 마음을 아들이 알아줘 위로받는다"며 "전공의들의 숙직실에서 잠을 청하려 했다가도 콜을 받고 이동하느라 쪽잠 자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그는 "교수들의 외래 진료에 전공의들의 당직 업무까지 맡다 보니 콜이 계속 온다"며 "입원환자 상태가 변했다는 콜을 받으면 바로 뛰어가 처방을 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