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세사기, 선구제·후회수에 대한 논란

머니투데이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2024.04.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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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사)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

[기고]전세사기, 선구제·후회수에 대한 논란


전세사기의 후폭풍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재앙 수준의 참사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국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통과되었고, 이 특별법은 2023년 6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한시법으로 2년 동안 적용된다. 이 법이 시행되고, 11개월 만에 국토교통부의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가결된 피해자 건수가 약 1만5천여 건이다. 이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고 서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이 법의 제정목적을 조금이나마 달성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4.10 총선으로 거대야당이 탄생하게 되었고, 거대야당은 전세사기 사건에 대하여 선구제·후회수 제도의 도입을 제21대 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한다. 즉, 야당은 전세사기로 인한 전세보증금을 국민주택채권, 청약저축 등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을 통하여 정부에서 먼저 보상하고,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여 회수한다는 내용으로 특별법을 개정한다는 것이다.



물론 법 개정을 통하여 전세사기를 당한 모든 임차인에게 세금을 투입하여 전세보증금은 모두 돌려주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아래와 같은 측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정할 필요가 있다.

첫째, 법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이다. 전세사기 사건 이외에도 국민들은 각종 사기사건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보이스피싱, 다단계 등 사기(?)를 당했을 때 특별법으로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또한, 과거와 미래의 전세사기 피해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그리고 특별법은 기본적으로 법의 안정성에 위협이 된다. 일정하게 한정된 사람·장소·사항 등에 관해서만 적용되는 법을 특별법이라고 한다. 최근 특별법이 난무하면서 그로 인한 지역·대상 간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별법은 국민여론을 반영한 정치적인 입법으로 합리성이 결여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둘째, 재정투입규모의 불확실성이다. 일각에서는 피해자의 전세보증금을 선구제한 후 구상권을 행사하면 실제로 투입되는 재원은 수천억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채권은 부실채권이기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사기에 당한 서민들의 사연은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정부의 무조건적 보상은 기금의 재정건전성 뿐 아니라, 또 다른 전세사기의 유도, 도덕적 해이 등에서 많은 문제가 있다. 그리고 전세사기의 규모를 파악하기 쉽지 않고, 앞으로 발생할 전세사기의 피해규모를 예측하는 것도 어렵다. 결국 이는 재정의 투입규모를 추정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2년 한시법이 연장되었을 때에는 더 큰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

셋째, 법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법은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을 이념으로 지향하는 사회 규범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법은 입법당시 6개월마다 문제가 있으면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1년도 안된 법을 개정한다는 것은 법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법 개정을 통하여 전세사기 사건을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법의 형평성, 재정투입규모의 불확실성, 법의 안정성 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작정 세금으로 해결한다는 방식,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논리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국민의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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