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쏠림·의료비 증가 "동시 해결" 가정의학회 이사장의 '의료개혁' 해법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4.1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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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시내 대학병원에서 환자들 사이를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사진=[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대구 시내 대학병원에서 환자들 사이를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사진=[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전공의 수련 과정과 보상 체계 개편을 통해 1차 의료를 육성하는 것이 지역·필수·공공의료 육성 등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동네 병·의원의 진료 역량이 강화되면 중증·응급 환자가 감소해 상급종합병원, 대학병원으로 환자 쏠림을 예방할 수 있다. 치료 중심에서 질병 예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와 의료수요 억제에도 효과적이란 설명이다.

강재헌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강북삼성병원 교수)은 19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1차 의료의 질이 높아지면 의료전달체계가 자리를 잡을뿐더러 대형병원으로 의뢰되는 중증 환자가 줄어 국민 건강 향상과 의료비 절감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동네 병·의원 등 1차 의료기관은 환자가 가장 쉽게, 자주 이용할 수 있는 보건의료 시스템의 '첨병'이다. 치료 중심의 병원급 의료기관과 달리 금연과 절주, 약물 오남용 교육과 영양, 운동 상담 등 질병 예방에 관한 폭넓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강 이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전체 사망 원인의 74%는 만성질환이 차지한다"며 "1차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질병 예방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환자의 건강 수준을 높이고 필수 의료를 필요로 하는 암·심뇌혈관질환 등 중증질환의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재헌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사진=강북삼성병원강재헌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사진=강북삼성병원
하지만 현재 의료 시스템은 물론, 전공의 집단 이탈 후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향에도 1차 의료는 소외돼 있다. 진료비가 너무 낮게 책정됐고 질병 예방을 위한 상담이나 교육에는 별도의 수가가 주어지지 않는다. 질병 예방보다 각종 검사와 약물 처방 등 치료가 우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보려다 보니 '3분 진료'가 일상화했다. 동네 의사의 직무 만족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환자는 약이 약을 부르다 결국 병이 커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진다.

강 이사장은 "1차 의료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의과대학 교육과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질병 예방을 위한 환자 교육, 상담 기술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대다수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싶어 하는 데다 병원 내부에서만 교육 수련이 이뤄지다 보니 1차 진료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1차 의료와 가장 밀접한 가정의학과 지원율도 최하위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가정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은 소아청소년과, 핵의학과, 흉부외과에 이어 밑에서 4번째로 50%도 넘지 못했다.


강재헌 이사장이 1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 주최 '올바른 의료개혁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처강재헌 이사장이 1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 주최 '올바른 의료개혁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처
의사와 병원 모두 부족했던 과거에는 의료 자원이 치료 중심으로 배분됐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폭증과 건보 재정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2년 우리나라 전 국민이 사용한 총(경상)의료비는 200조원을 훌쩍 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9.7%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GDP 대비 총의료비 비율 평균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GDP 대비 총의료비는 1990년 3.7%에서 2000년 3.9%, 2010년 5.8% 등 고령화와 맞물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차 의료 전문가가 '동네 주치의'로 환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돌보면 환자는 건강을 지키고 정부는 병원의 과도한 이용을 줄일 수 있어 '윈-윈'(WIN-WIN)이라는 게 강 이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 머물지 말고, 병을 예방하는 진료에 힘써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비 증가 추세를 누그러뜨려야 할 시점"이라며 "1차 의료 예방 진료에 대한 교육과 수련을 강화하고, 보건당국은 질병 예방 진료에 대한 보상체계를 만들어 1차 의료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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