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일부 조정할 수 있게 하자는 국립대학교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하기로 결정한 19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과대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대 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을 열고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올해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라고 밝혔다. 2024.4.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그간 의대 교수들은 대학 총장들에게 '의대 증원 신청을 보류해달라' '행정소송의 원고로 나서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총장들이 줄곧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이번에 '2000명 증원안'에 대해 정부와 대학 총장이 갑작스레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선 데 대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게 의대 교수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19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교육부에 건의문을 보낸 국립대 대부분이 지난달 초 '150~200명씩 증원해달라'고 신청했던 대학 총장들"이라며 "불과 한 달여 지나, 그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을 텐데 그사이에 어떤 상황이 변화해 이번에 줄이겠다고 입장을 바꾼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큰 폭의 증원 시) 교육여건이 안 된다고 의대 교수, 의대 학장이 총장에게 계속 얘기해도 총장들은 정원만 받아두자며 독단적으로 신청했다"면서 "이제 줄인다니,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대학 총장들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의대증원 반대 측 소송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총장들과 정부의 태도가 갑자기 바뀐 이유는, 전국 32개 지방의대생 1만3000여 명이 32명 대학 총장들을 상대로 32개 지방법원에 시행계획(입시요강) 증원변경 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형사고소 고발(수험생과 의대생에 대한 업무방해죄, 사기죄 등), 수백억대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할 것이라고 내용증명을 발송하자, 대학 총장들과 정부가 겁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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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호사는 "의대생들은 예고한 대로 오는 22일 강원대·제주대·충북대 등 지방의대 10곳에 가처분 소송을 접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대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에서 거점국립대 총장 건의에 대한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4.4.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고범석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공보 담당(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도 "의사들의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는 정부가 이번에 조정안을 발표했어도 마찬가지다. 지금 숫자 조정은 의미 없다"고 했다.
자율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규모인 50~100%가 주먹구구식이란 비판도 나왔다. 신찬수 KAMC 이사장은 "대학마다 증원 규모에 대해 서로 눈치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원분 조정을 일괄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논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논란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주장해온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이번 결정이 원점 재검토의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저울질하고 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안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는지 보여준다. 정원을 조정한다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원점 재검토가 맞는다는 점에 힘이 실린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