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엔 삼성전자 사라?…환율 5% 뛰면 순이익 4200억↑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4.04.19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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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변화에 따른 당기손익 변화 추정치/그래픽=김다나원달러 환율 변화에 따른 당기손익 변화 추정치/그래픽=김다나


고환율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재무상태에 따라 환율 효과가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통상 환율(이하 원/달러 기준)이 상승할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수혜를 입는다. 원화 약세에 따라 해외 현지에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뿐더러 제품 판매로 벌어들인 달러 가치의 상승으로 환차익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환율 10% 상승시 제조업체 전반에 걸쳐 영업이익률은 평균 1.3%포인트 상승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조원가가 상승하는 부작용이 있지만 수출액 증가에 따른 이익률 개선 효과가 더 크다는 의미다.

업종별로는 기계 및 장비(3.5%포인트, 이하 영업이익률 개선폭),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2.5%포인트), 운송장비(2.4%포인트) 순으로 영업이익률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환율은 1372.9원으로 지난해 2분기 평균 환율(1315.2원) 대비 4.39% 높다. 현 수준의 환율이 지속된다면 제조업의 이익률 역시 전년 대비 개선된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환율은 오버슈팅된 측면이 있지만 조기에 1200원대로 레벨 다운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과거의 고환율 시기와 달리 무역수지는 흑자 기조이며 주요 교역국의 경기 모멘텀도 양호하기 때문에 수출 업종이 환율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호텔레저와 필수소비를 수혜 업종으로 꼽았다. 호텔레저의 경우 원화 약세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관광 유인이 높아지면서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 필수소비는 내수 비중이 높지만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물가 증가를 판매가에 전가할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가 약세일 때 상대적으로 영업이익 상향 가능성이 높은 업종은 자동차, 호텔레저, 필수소비 업종"이라며 "금리와 환율 모두 불안한 상황에서는 원화 약세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업종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도 재무상태에 따라 환율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외화 자산이 많다면 이익률 개선 외에도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외화 부채가 높은 기업은 환율 상승이 오히려 감익 요인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 (79,100원 ▲800 +1.02%)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환율이 5% 상승할 경우 법인세 등 차감 전 당기순이익은 4188억원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반대로 환율이 5% 하락하면 순이익은 4188억원 감소한다.

현대차 (247,000원 ▲500 +0.20%)는 환율 5% 상승시 순이익은 1023억원 증가하고 반대로 5% 하락하면 1023억원 감소한다. 현대모비스 (228,000원 ▲3,500 +1.56%)LG전자 (98,200원 ▼100 -0.10%)는 환율이 10% 상승하면 순이익이 각각 1114억원, 632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 (193,600원 ▲8,300 +4.48%)는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대표 수출기업으로 꼽히지만 환율 효과는 반대로 나타난다.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마이너스(-) 3321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달러 표시 자산은 177억달러(24조3000억원)인 반면 달러 표시 부채는 219억달러(30조원)로 부채가 자산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총 부채(46조8264억원)에서 달러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지난해 말 환율 기준)다.

외화 부채 비중이 높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 (57,800원 ▲500 +0.87%) 역시 환율이 5% 상승하면 순이익은 248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기아 (114,700원 ▲800 +0.70%)는 현대차와 달리 환율 상승이 순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환율 10% 상승시 순이익은 1901억원 줄어든다.

순이익이 아닌 영업이익 측면에서 보면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순이익은 금융자산의 변동을 반영하지만 영업이익은 본업으로 벌어들인 수익만 본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는 환율이 10원 상승시 연간 각각 2000억원의 영업이익 수혜 효과가 있다"며 "환율 상승세와 완성차 주가는 동행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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