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서 대박난 그 상품이 반값"…알리서 곧바로 베껴 판다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24.04.2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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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서 대박난 그 상품이 반값"…알리서 곧바로 베껴 판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홈쇼핑 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홈쇼핑에서 '대박'을 치면 금방 중국산 '미투상품'(모방상품)을 만들어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팔면서다.

지난해말부터 올해초까지 홈쇼핑에서 크게 흥행한 두유제조기가 대표적이다. GS샵은 지난해 11월 '쿠진 푸드스타일러' '베스트하임' 등 다양한 두유제조기 상품을 선보인 후 두 달만에 5만대, 약 50억원 규모의 물량을 팔았다. CJ온스타일에서도 올 초 한 달 간 TV라이브 방송을 통해 두유 제조기 주문 금액이 40억원을 넘었다.



두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콩을 몇 시간 불린 후 삶아서 식히고 믹서기에 갈아줘야 한다. 또 두유를 따뜻하게 마시려면 이렇게 만든 두유를 다시 끓여야 한다.

하지만 전기포트와 믹서기가 결합한 형태인 두유제조기는 불리지 않은 생콩과 물을 넣어주면 20~30분안에 따뜻한 두유를 만들어준다. 두유 외에도 죽·수프·이유식·ABC주스 등 곱게 갈아 먹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기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실 두유제조기가 기존에 없던 제품은 아니다. '죽제조기'라는 이름으로 같은 형태의 제품이 이미 판매되고 있었으나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었다.

두유제조기가 시장의 관심을 끈 것은 지난해 5월 배우 오연수씨가 방송에서 두유제조기로 건강관리를 하는 장면이 방송을 타면서다. 해당 장면은 PPL(간접광고)도 아니었고 오연수씨가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이 그대로 방송에 노출된 것이었다고 한다.

두유제조기 판매 가격/그래픽=이지혜두유제조기 판매 가격/그래픽=이지혜
이 때부터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알아본 홈쇼핑 업계에서 해당 상품들을 홈쇼핑에서 판매하기 시작했고 중장년층의 단백질 섭취 열풍과 맞물리면서 5060세대를 중심으로 두유제조기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두유제조기가 큰 호응을 얻자 곧바로 알리와 테무 등에는 '미투'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두유제조기의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판매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배우 오연수씨가 광고하는 에버홈 제품의 경우 1200ml 용량의 제품이 12만~19만원 수준에 판매된다. 오쿠' 제품(600㎖)은 11만~16만원, '베스트하임' 제품(1000㎖) 7만~1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에서 제조된 국내브랜드 제품이다.

반면 알리나 테무에서는 다양한 두유제조기가 20~40달러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원화로 2만8000원에서 5만5000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 제품도 제조공장은 거의 중국에 있다보니 금방 '카피'(복제)가 이뤄진다"며 "가격도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이라 홈쇼핑 판매제품의 상품주기가 짧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GS샵의 두유제조기 판매량 추이를 보면 11월에 1만대에서 12월에 4만대, 1월에 7만대로 급격하게 판매량이 늘었다. 이후 2월에 6만대, 3월에 5만대로 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알리발 미투제품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되는 대목이다.

사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공산품의 상품주기가 짧아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이미 국내에 e커머스가 태동할 때부터 홈쇼핑에서 흥행한 상품은 미투제품이 만들어지고 쿠팡이나 11번가 등과 같은 e커머스에 더 싼가격에 풀리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는게 홈쇼핑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격 격차가 심한적은 없었다. C-커머스커(중국 이커머스) 제품의 경우 직접 제조하는데다 국내로 들여올 때 관세와 부가세도 면제받고 KC인증 등 각종 인증도 면제받는 탓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격차이가 이처럼 크지 않았기 때문에 품질보증, 무료반품, 사후관리 등 홈쇼핑이 가진 장점으로 미투제품과 경쟁이 가능했다"면서도 "하지만 알리와 테무가 들어온 절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내놓다 보니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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