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반도체 불황에도 과감한 투자…세종시 공장 검토, 이유는

머니투데이 유선일 기자, 임동욱 기자, 이정혁 기자 2024.04.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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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경북 구미 SK실트론을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실리콘 웨이퍼 생산시설을 시찰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뉴시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경북 구미 SK실트론을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실리콘 웨이퍼 생산시설을 시찰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뉴시스


"이번 증설 투자는 2조3000억원 규모다. 6년 전에는 SK실트론이 글로벌 웨이퍼 제조업체 5개 중에 5등을 하고 있었는데 이 투자가 끝나면 2등으로 올라설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최태원 SK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 구미 SK실트론에서 열린 '반도체 투자 협약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SK실트론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총 1조2360억원을 들여 구미 3공단에 실리콘 웨이퍼 신규 생산시설을 구축 중이다.



SK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불황 심화에도 반도체의 원재료인 웨이퍼 부문만큼은 과감하게 투자를 늘려왔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 AI(인공지능) 열풍에 따른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확대, 새롭게 진출한 SiC(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시장 성장 가능성, 경쟁사의 투자 확대 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SK실트론이 세종특별자치시에 새로운 웨이퍼 공장 설립을 검토한 것도 이런 차원으로 풀이된다. SK실트론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2021년부터 미시간주 베이시티에 6억4000만달러를 투자해 SiC 웨이퍼 증설 공사도 진행 중이다.



SK실트론은 최근 공개한 사업보고서에서 "최근 불안정한 글로벌 거시경제와 반도체 시장 침체 영향으로 2023년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이 전년 대비 약 14% 감소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도 서버, 스토리지 등 정보 저장기기의 수요 증가 및 사물인터넷(IoT), 전장(Automotive) 등 신규 시장의 성장 등으로 웨이퍼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세종시를 유력 부지로 검토한 것은 우선 '위치'의 장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세종시는 SK하이닉스 공장이 있는 충청북도 청주시, 경기도 이천시와 가깝다. 세종시는 수도권에서 1시간 내에 오갈 수 있는 거리라 직원 출퇴근이나 인재 확보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세종시에 정부세종청사가 있어 산업통상자원부 등 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중앙부처와 교류가 용이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SK실트론은 세종시가 연서면에 조성을 추진 중인 '스마트 국가산업단지'에 공장 설립을 검토했는데 이는 국가산단에 제공되는 각종 지원과 다른 기업과의 교류·협력 등 이점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스마트 국가산업단지는 스마트시티, 자율주행과 연계한 첨단 소재·부품산업 클러스터로 조성된다. 2026년 상반기 착공해 2029년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이점을 고려했을 때 '용수 공급' 문제만 해결된다면 세종시는 SK실트론의 새로운 거점으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용수 공급 문제는 기업이 직접 풀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SK실트론은 "시장 수요에 따른 공장 증설 필요성을 상시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는 구미 공장 증설 외에 다른 옵션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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