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위협, 용납 못해"…판사가 트럼프 변호인단에 경고한 이유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4.04.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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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성추행 입막음' 형사재판 둘째날…
배심원 18명 중 7명 선정, 교사·간호사·서점직원 등 직업 다양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형사 재판 배심원 선정 둘째 날 모습을 그린 스케치. 이날 담당판사는 트럼프 변호인 측에 "배심원에 대한 위협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뉴스1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형사 재판 배심원 선정 둘째 날 모습을 그린 스케치. 이날 담당판사는 트럼프 변호인 측에 "배심원에 대한 위협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뉴스1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 관련 유·무죄를 가릴 일부 배심원이 선정됐다. 담당 판사는 트럼프 변호인 측에 "배심원에 대한 위협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AFP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미 뉴욕주 맨해튼연방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 성추문 입막음 관련 사건의 배심원 7명을 선정했다.



이는 지난 15일 헌정사상 첫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을 시작한 지 이틀 만으로 당초 배심원 선정에만 2주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평가했다.

이번에 선정된 7명의 배심원은 공립학교 교사부터 사내 변호사, 간호사, 서점 직원, 정보기술(IT) 개발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에선 총 18명의 배심원단(배심원 12명·예비배심원 6명)을 구성할 예정인 만큼 앞으로 11명을 추가로 선정해야 한다.



"평소 어떤 뉴스 보나"…배심원 가려낸 질문지 보니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트럼프 타워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2024.04.16 ⓒ 로이터=뉴스1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트럼프 타워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2024.04.16 ⓒ 로이터=뉴스1
뉴욕주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불공정 재판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어 재판부는 배심원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재판부와 검찰,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사전에 합의한 42개 질문지를 배심원 후보자들에게 묻는 방식으로 적격 여부를 판별했다. NYT가 입수한 질문지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평소 생각, 가족·지인의 정치활동 참여 여부 등 배심원들의 정치적 중립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평소 어떤 뉴스를 소비하는지'를 묻는 문항도 있다. 이날 배심원으로 확정된 간호사는 보수매체인 폭스뉴스와 진보매체인 MSNBC방송을 모두 시청한다고 답했다. 사내 변호사는 뉴스를 거의 챙겨보지 않는다고 했다.

전날 재판에선 소환장을 받아 출석한 96명의 주민들 가운데 50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정한 평결을 내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자진 사퇴하는 진풍경이 펼쳐진 바 있다. 이날은 배심원 후보자 중 6명이 개인적인 일정, 직업 이해 상충 등을 이유로 들어 스스로 물러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판사와 증인, 검사 등을 상대로 비방전을 펼쳐온 데다 대선까지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아 배심원 역할에 부담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았다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이날 재판을 맡은 후안 머천 판사는 배심원 후보자 심문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얼거리자 "법정에서 배심원이 위협받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변호인단에 경고했다. 조슈아 스타인글라스 검사도 주민들의 부담을 의식한 듯 배심원 후보자들을 향해 "배심원 평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가 아닌 유무죄를 가려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각각 10차례 특정 배심원 후보자를 거부할 수 있는데 이날 검찰과 변호인단은 각각 6차례 거부권을 사용했다. 머천 판사는 이날 7시간 만에 휴정을 선언했으며 오는 18일 재판을 재개해 추가 배심원 선정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11월 미 대선 전 '성추행 입막음' 사건 1심 판결 날 듯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뉴욕주 맨해튼지방법원 법정에 피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이날 법정에선 배심원 선정 절차가 진행됐다. 2024.04.16. ⓒ 로이터=뉴스1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뉴욕주 맨해튼지방법원 법정에 피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이날 법정에선 배심원 선정 절차가 진행됐다. 2024.04.16. ⓒ 로이터=뉴스1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으려고 트럼프그룹 자금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건넨 뒤 회사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등 34개 혐의로 지난해 3월 뉴욕 검찰에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대니얼스를 만난 적이 없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 사건 외에도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조지아주 대선 개입 △대선 인준 뒤집기 시도 등 총 4건의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상태다. 이 중 유일하게 성추문 입막음 사건의 재판이 시작됐으며 오는 11월 대선 전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을 불과 7개월 앞두고 최소 1개월 이상 이어질 재판 일정 내내 주 4회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이날 오전 법정에 도착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트럼프를 싫어하는 판사가, 이 사건을 맡아서는 안 되는 판사가 이 사건을 맡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법정을 떠나면서 배심원단이 공정할 것 같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재판이 끝난 뒤 알려주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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