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출자전환' 태영건설, 최대주주는 안 바뀐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창섭 기자 2024.04.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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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약 1조원 자본확충, 채권단보다 많아 이례적…최대주주 지분율 41%→50%대로 올라갈듯

윤곽 드러난 태영건설 워크아웃 계획/그래픽=조수아윤곽 드러난 태영건설 워크아웃 계획/그래픽=조수아


태영건설이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통해 정상화 절차에 돌입한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사례로는 보기 드물게 최대주주인 TY홀딩스의 대주주 지위는 유지된다. 최대주주가 채권단보다 더 많은 규모로 자본확충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59곳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가운데 토지매입 단계의 브릿지론 사업장은 대부분 정리되고 본 PF 사업장 대부분은 사업을 이어간다.

태영건설의 주채권 은행인 KDB산업은행이 16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논의한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에 따르면 대주주인 TY홀딩스는 약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참여한다.



지난해 12월말 워크아웃 개시 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빌려 태영건설에 대여한 4000억원은 100% 출자전환한다. 아울러 태영건설이 PF 사업장에 보증을 섰다가 넘겨 받은 채무 3000억원도 모두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워크아웃 개시 이후 태영인더스트리 등 계열사 지분 매각이나 유동화로 자금을 마련해 태영건설에 지원해 준 3300억원은 영구채로 전환할 방침이다. 워크아웃 이후 투입된 자금은 우선변제권이 주어지는 만큼 출자전환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신 영구채 전환을 통해 비상시 가용 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무담보채권 중 50%인 약 30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태영건설 실사결과 청산가치가 40% 수준으로 나온 점을 감안해 출자전환 비율을 50% 수준으로 정했다는 게 채권단 설명이다.

100대1 비율로 대주주 무상감자를 단행하고 이어 대규모 출자전환에 참여하는 TY홀딩스는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TY홀딩스(27.8%)와 윤석민 회장(10.0%), 윤세영 창업회장(1.0%) 윤석민 회장 부인(3.0%) 등 기존 대주주의 지분율은 41.8%에서 50~60% 수준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대주주의 최종 지분율을 향후 PF보증 실현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채권단의 보증 규모가 태영건설보다 많은 만큼 보증이 현실화 하면 최대주주 지분율은 50%대로 낮아질 수 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금호산업, 현대상선 등 워크아웃 기업의 경우 대부분 최대주주가 산은으로 변경되고 오너 일가는 경영권을 상실했다. 반면 태영건설의 경우 최대주주가 채권단보다 더 많은 규모로 자본확충에 나서면서 경영권 상실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워크아웃 기간 동안에는 태영건설 주식에 대한 경영권 포기, 의결권 위임, 감자 및 주식처분 동의 등을 약속한 만큼 경영권 행사는 할 수 없다.


3000억원 규모로 출자전환한 채권은행은 워크아웃 졸업 이후 자금 회수 방안을 두고는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신규자금은 투입하지 않지만 오는 5월 만기도래하는 4000억원 규모의 대출은 신용공여를 유지하기로 했다.

59곳에 달하는 태영건설 PF 사업장도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본 PF 사업장 40곳 대부분은 사업을 그대로 진행한다. 10곳 미만의 사업장은 시공사가 교체 되거나 경공매로 청산될 전망이다. 브릿지론 단계의 PF 사업장 20곳은 대부분 시공사 교체와 청산이 이뤄진다. 1곳만 사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한편 산은은 이날 18곳의 채권단 설명회에 이어 오는 18일에는 채권단 전체 설명회를 개최에 기업개선계획을 금융채권자 협의회에 부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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